사정(司正) 정국 속도…떨고있는 재계 ‘다음은 누구?’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각종 비리와 탈세 혐의 등으로 인해 산업계를 향한 정부의 사정(司正)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재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전방위로 실시되고 있는 조사에 이어 압수수색이 잇따르면서 각 기업은 다음 타깃이 자신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숨죽인 모습이다.

11일 재계 관계자와 검찰 등에 따르면 전날 대우인터내셔널을 비롯한 5개 업체가 '리베이트 역외탈세' 혐의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고, 같은 날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도 원전비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당하고, 현대중공업 전·현직 임직원 5명이 체포됐다.

이 중 대우인터내셔널 출신 직원들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해상초계기 리베이트' 건은 검찰이 이번 정부 들어 처음으로 조세회피처 등을 이용한 역외탈세와 관련해 실시한 압수수색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번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는 없으나 거액의 리베이트를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 출신 직원들이 세운 업체와의 부적절한 거래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뉴스타파 등을 통해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정·재계 관계자들의 실명이 공개된 상황에서 검찰의 이번 수사가 이와 관련한 전방위 조사의 시작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국세청도 지난 5월 효성그룹과 한화생명에 특별 세무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이 공개된 직후 역외탈세와 관련된 혐의자 23명에 대해 본격적인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전날 5명의 전·현직 임직원이 체포된 현대중공업은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를 공모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모 한국수력원자력 부장(48)의 자택과 그의 지인의 집에서 발견된 6억여원의 출처로 지목돼 압수수색을 받았다.

조사에 의해 혐의가 사실로 입증될 경우 현대중공업의 비자금 조성으로까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황이 이쯤 되자 재계는 긴장을 넘어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임기 초 재계를 향한 사정 분위기는 통상 있어 왔으나, 이번만큼은 그 강도가 남다르다는 것이 재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까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가운데,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으로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어 20대 그룹 총수 3명이 동시에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이 이어지자 재계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각 기업들은 대관업무 담당자를 총동원해 하나라도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법무팀 인력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불확실한 정보가 넘쳐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1심 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미 검찰의 다음 목표가 어디라는 등 구체적인 기업의 이름까지 나돌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이미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겨냥해 특정 기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불확실한 소문도 나오는 상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와 맞물려 정부가 여론까지 등에 업으면서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어 기업들로서는 내놓고 고충을 호소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투자확대와 고용창출의 부담도 떠안기면서 한쪽으로는 사정 압박까지 더해 경영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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