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경기침체로 국내 건설업계는 중소형 건설사부터 대형사까지 위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 구조조정의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그동안 축 처진 건설사들의 어깨가 서서히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연말을 기점으로 공공발주가 증가하며 건설업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이 고사 위기에도 불구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해외사업과 수주 역량강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성과가 올해 비로소 가시화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에서도 지난달 체감지수는 전월 대비 3.6포인트 상승한 64.5를 기록,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비록 60선 중반의 지수는 여전히 건설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부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건설업계로서는 새해에 대한 기대감의 반증으로 보기 충분한 지표이기도 하다.
몇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아온 다주택자 양도세 폐지 등 일부 건설·부동산 규제완화 관련법안들이 지난해 연말 처리됐다는 점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지난해 네차례에 걸쳐 발표된 부동산대책과 시의적절하게 맞아 떨어지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지만 이제라도 전월세난 해소를 비롯한 주택시장 활성화에 일조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규모가 적어진 시장에서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공사 수주에 목을 매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등 여전히 시장 전망은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지난해 해외공사 수주를 통해 크고작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저가수주 리스크가 휘몰아치면서 사업을 시급히 재정비해야 하는 사태를 맡기도 했다.
이처럼 악화된 대내외 환경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을 위한 제도적 정비 및 해외시장을 위한 수주 지원 등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매년 감소세를 보이는 것도 국내 건설경기 특성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자생력 강화와 함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업계 차원이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빈손으로 시작한 1960년대 전후 복구에서부터 80년대 경제 호황기, 사상 초유의 IMF 구제금융 사태 등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흥망은 언제나 건설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다"면서 "한국 건설업계에 내재한 불굴의 DNA는 작금의 위기에도 보란듯이 다시 일어서게 만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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