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은 20만원을 급히 보내라고 했다. 공인인증서에 오류가 났는데 은행 업무시간이 끝나서 돈을 찾을 수가 없으니 월요일 은행에 가서 내게 돈을 찾아 보내주겠다고 했다.
계좌번호를 부르라고 말하려던 순간 혹시 피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계좌번호는 전화통화하면서 말해달라고 하자 메신저는 순식간에 로그아웃됐다.
아니나다를까 피싱이었다.
직접 통화가 된 동생은 지금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니 나보고 대신 비밀번호를 변경해달라고 부탁했다. 즉시 비밀번호를 영타에 두고 한글로 ‘올해는 꼭 시집가라’로 바꾸었다. 동생이 기억하기 쉬우면서 해커는 절대 추측하지 못하도록.
한 조사기관이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비밀번호를 살펴봤더니, abcd, 1234 같은 키보드상 단순 문자 배열과 '패스워드', '베이스볼' 같은 쉬운 영단어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름, 생일, 전화번호 같은 비교적 단순하고 짧은 비밀번호의 경우 외부 공격자의 해킹을 당할 확률이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12자리 이상의 비밀번호를 만들 것을 권유한다. 같은 자릿 수라면 한 종류의 문자가 아니라, 숫자와 알파벳, 특수기호 등을 다양하게 섞을 수록 좋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자신만의 문장 하나를 만들어 각 사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사이트 고유의 문자들을 적절하게 섞는 방법이다. “2014년에도 파이팅~! 우리 아들 대입 합격, 대박 나게 해주세요” 등 영문 타자를 기준으로 한글로 쳐서 나열된 의미 없는 영문 단어를 비밀번호로 삼으면 유추하기 상당히 어렵다.
올해의 소망을 실어 나만의 문장을 만들고 몇 가지 숫자와 특수기호를 덧붙여보자. 그리고 지금 가입된 모든 사이트의 비밀번호를 바꿔보자. 소망이 안전까지 함께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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