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위기의식을 강조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년사가 허언이 아니었다.
새해 벽두부터 삼성전자가 '어닝 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하며 한국 경제 전체에 위기감을 불어넣었다.
그동안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8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26.6% 증가했지만 전분기보다는 18.3% 감소한 수치다. 이는 시장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표다.
국내 증권업계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9조원대 중반으로 예상했으며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8조원대 후반으로 전망해 왔다.
매출액은 59조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6% 증가했다. 전분기의 59조800억원과는 비슷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구조적인 문제와 일회성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최근 수년간 삼성전자가 실적 고공행진을 벌이는 데 기여했던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IT모바일(IM)부문은 지난 3분기 6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4분기에는 5조원대에 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전히 가장 많은 스마트폰을 팔고 있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 중저가 제품 판매 비중이 늘고 있는 탓이다.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부품(DS)부문은 전분기보다 10~15% 증가한 2조원대 중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TV와 생활가전을 판매하는 소비자가전(CE)부문도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IM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환율 하락도 영업이익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매출이 4% 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만 2조원이 훌쩍 넘는다.
증권업계에서는 환율 하락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4000억~5000억원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신경영 20주년 특별 격려금 지급이라는 일회성 요인까지 더해졌다. 삼성이 전세계 임직원에게 지급한 격려금 규모는 8000억원에 달한다.
격려금 변수를 빼더라도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 둔화와 환율 리스크는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를 가장 먼저 인식한 이건희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사업구조의 혁신, 기술 혁신, 시스템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며 "핵심 사업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산업과 기술의 융·복합화에 눈을 돌려 신사업을 개척하자"고 강조했다.
스마트폰과 반도체, TV 등 이미 글로벌 1등이 된 사업의 경우 시장 지위를 유지해 나가고 의료기기와 바이오, 빅데이터 등 새로운 사업은 빠른 시간 내에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을 내는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거둔 36조7700억원의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라며 "4분기 실적이 주춤했다고 위기를 강조할 수는 없지만 향후 행보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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