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사정위원회는 8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위원회 중회의실에서 올해 운영방향에 대한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김대환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김정우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일 가진 2년차 국정구상 기자회견을 통해 다시 한 번 고용률 70% 달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부정적이다.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철도파업으로 촉발된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현재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고용률 70%…노사정위 정상화가 급선무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책보다 해묵은 노·정 간의 갈등 해소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은 반쪽으로 전락한 경제발전 노사정위원회를 다시 정상화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박근혜 정부가 노·사·정 간의 대타협을 강조하며 굵직한 고용·노동정책들을 노사정위를 통해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10년 만에 노사정위를 방문한 것도 노사정위가 그간의 '식물위원회'라는 오명을 벋고 제 역할을 하는 데 있어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였다.
여기에 지난해 5월 노·사·정이 합의를 통해 노사정위의 참여주체에 보건복지부 장관, 학계·시민사회 대표 4명 등 총 9명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노사정위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철도노조 파업이 시작되면서 노사정위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정부가 파업 중인 철도노조 간부를 체포하겠다며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진입한 게 화근이 됐다. 이에 분노한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노사정위에서 노동계가 모두 빠지게 됐다. 2009년 이후 4년 만이다. 민노총은 1999년 이후 노사정위 공식 회의체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은 2009년 12월 타임오프제 도입문제로 탈퇴를 선언했다가 복귀한 바 있다.
노사정위가 반쪽이 되면서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관련 정책들 역시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그간 진행해 왔던 임금제도 개편이나 장시간 근로 개선 등의 현안 역시 노사정위의 폐업으로 더 이상 논의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경색된 노·정관계…해결책은?
더 큰 문제는 얼어붙은 노·정 간의 관계가 개선의 여지를 좀처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오히려 노·정 간의 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모양새다.
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논평을 내고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무지와 무능을 드러낸 불통쇼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박 대통령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것도 미련도 없다. 이미 밝힌 국민총파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공공기관의 고용세습 개혁과 관련해 철도노조 역시 "사실이 아닐 뿐만 아니라 악의적인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노·정 갈등의 가장 주된 이유가 정부의 무차별적인 공공부문 개혁에 있다고 조언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방만한 경영도 원인이긴 하지만 공기업들의 부채가 전 정부 때 사업을 잘못해 진 부분도 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해서 개혁을 해야 하는데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식의 개혁을 시도하니 여기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크다"고 진단했다. 즉, 정부가 개혁에 있어 보다 세심하게 다가설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노사정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타협 강조에 따라 8일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위원회 중회의실에서 올해 위원회 운영방향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사정위는 이날 회견을 통해 노동계를 향한 지속적인 유화책과 압박 전략을 동시에 구사해 노동계를 대화 테이블로 이끌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그 어느때 보다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는 노동계에게 이와 같은 전략이 통할지는 미지수다.
한노총의 노사정위 대화 거부에 대해 김대환 위원장은 "노사정위는 정부가 아닌데, 항의 대상이 잘못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민주노총과 정부 갈등에서) 한국노총이 중재의 역할을 하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