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새해 첫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의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 이른바 '빅3'가 모두 불참하면서 맥이 빠졌다.
올해 박근혜 정부가 경제 활성화에 주력키로 한 가운데 전경련이 재계의 입장을 충분히 대변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전경련은 9일 회장단 회의를 열고 통상임급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과 함께 올해 경제 살리기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의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등 10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의 회의 참석은 끝내 불발됐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구 회장의 참석 여부였다. 구 회장은 지난 1999년 '반도체 빅딜 사건' 이후 전경련 보이콧을 지속해 왔다. 당시 반도체 사업을 강제적으로 현대전자에 넘기는 과정에서 전경련이 영향력을 행사한 데 대한 서운함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7일 전경련 신축회관 준공식에 참석하면서 화해 무드가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커졌다. 구 회장은 전경련 행사에 참석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감개무량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이날 새해 첫 회의에 불참하면서 구 회장과 전경련의 악연은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지난 전경련 신축회관 준공식 때 독감으로 불참했던 정 회장은 이번 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결국 무산됐다.
이 회장은 이날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참석이 예정돼 있어 애초부터 참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재계를 대표하는 '빅3'가 연초부터 전경련과 거리를 둔 행보를 보이면서 재계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올해 박근혜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핵심 정책 과제로 제시하고 투자 및 고용 확대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거물급 기업인들이 전경련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제대로 대응해 나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재계 인사는 "상징성이 강한 그룹 총수들이 새해 첫 회의부터 모두 불참해 아쉽다"며 "앞으로 정부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때로는 고언을 해야 할 상황도 많이 발생할텐데 전경련이 힘을 낼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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