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포럼 "반구대암각화 보존정책 제2의 숭례문 참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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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1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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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일 가변형 투명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안 심의 앞두고 "국민공청회 개최'촉구 성명서 발표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카이네틱 댐의 가상도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쫓기듯이 추진되고 있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정책은 제2의 숭례문 참사를 부를 수도 있다"

14일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한 민간단체 반구대포럼(대표 정상태)은 ​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를 놓고 실험과 연습은 있을 수 없다'며 "가변형 물막이댐(카이네틱 댐) 설치와 관련해 정부는 국민공청회를 즉시 열어야 한다"고 14일 촉구했다.

 포럼은 정부의 물막이댐 설치와 관련한 기술용역보고서 공개, 국민공청회 개최, 물막이댐 공사의 정책 실명제 확립, 세계문화유산 등재 로드맵 제시, 항구적인 보존대책 논의 등을 요구했다.

 반구대포럼은 오는 15일 국무총리, 문화재청장, 문화재위원장을 만나 이같은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정상태 반구대포럼 대표는 “숭례문 참사는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원형을 복원하기가 어렵다"면서 "더욱이 훼손된 문화재의 복원은 시간을 두고 신중히 하지 않으면 또 다른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합의한 가변형 투명물막이(카이네틱 댐) 설치안이 오는 16일 문화재위원회에 결정될 전망이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는 7천 년 전 우리 선조들의 생활상과 정신문화를 암벽에 옮겨 놓은 대서사시다. 그래서 반구대암각화는 한반도 선사시대의 역사책이고 문화경전이다. 인류최초의 고래잡이 흔적이 새겨져 있고, 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걸작인 반구대암각화는 울산만의, 우리민족만의 보물이 아니다. 온 인류의 문화유산이다.

반구대암각화는 지난 10년 이상 수많은 국무총리, 장관, 그리고 정치인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하는 동안 모진 물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이제 육안으로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훼손되었다.

문화융성의 국정지표를 내건 현 정부가 서둘러 내놓은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에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가변형물막이댐(일명 카이네틱댐)이 반구대암각화를 일시적이나마 물속에서 건져낼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동시에 반구대암각화와 주변경관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반구대암각화를 사랑하는 우리는 조상들이 물려준 세계적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의 보존대책이 눈앞의 이기심 때문에 숭례문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책당국자와 문화재전문가들이 명심해줄 것을 촉구한다. 반구대포럼은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댄다면 당장에 실현 가능한 항구적인 반구대암각화 보존대책이 도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구대암각화를 온전히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일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사명이고 책무다.

1.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가 졸속 문화재보존정책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심히 우려한다.

가변형물막이 댐은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인 함인선 건축가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다. 처음 언론에 보도된 것이 2013년 5월 9일이다. 다음날 새누리당에 보고되고 이후 문화재청은 몇 차례 '반구대 암각화 보존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회의에 참석한 토목, 엔지니어 전문가들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대부분 가변형물막이 댐 설치에 부정적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 달이 조금 넘은 6월16일 국무총리실은 전격적으로 이 제안을 수용하여 반구대 암각화 앞에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문화관광부, 문화재청, 울산시와 함께 협약식을 가졌다. 갈등을 봉합한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될지 아니면 당장에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적 꼼수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우선 가변형물막이 댐이 근본적인 반구대 암각화 보존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세계 어디에서도 문화재에 적용한 사례가 없고 기술적, 구조적 안정성이 입증된 바 없다는데 있다. 설상가상으로 댐 설치를 위한 조사과정에서 81점에 달하는 백악기 공룡발자국이 발견되었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들은 가변형물막이 댐으로 야기될 수 있는 많은 문제점들을

적시하였다. 국무총리실도 그동안 수차례 "가변형물막이 댐은 지반 조사, 구조 안정성 평가, 사전테스트 등 기술적 검토를 거쳐 전문가들의 기술적 판단이 섰을 때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난해 완료된 기술용역보고서와 기술평가팀의 활동이 댐 설치와 관련하여 제기된 수많은 의구심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과 공론의 장 한번 없었다.

2.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는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
반구대암각화 앞에 가변형물막이 댐을 설치하는 것은 단순한 구조물을 건축하는 것이 아니다. 물막이 댐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반구대암각화 암벽은 물론 주변에 인공구조물인 댐 구조물을 고정시키기 위한 각종 부대구조물과 쉽지 않은 다양한 공정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물 설치와 작업과정에 반구대암각화와 주변경관이 얼마나 안전하냐는 것이다. 즉 물로부터 반구대암각화를 건져내면서 안전성도 담보되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암각화에 실험을 하려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7.5센티미터 지지대 구멍 서너 개를 굴착해서 집중호우시의 강력한 수압을 견디겠다고” 하는 발상자체가 훌륭한 실험정신이 될지는 몰라도 반구대암각화와 주변경관의 훼손을 막을 수 있다는 아무런 근거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 댐의 제안 당사자인 함인선씨 조차도 “댐의 양쪽 끝이 닿는 암벽 자체가 문화재라는 것이 가장 큰 위험요소다. 원형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고 피력한 바와 같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다. 함인선씨는 기초조사 결과 댐 건설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다면 안 할 수 있느냐는 한 언론의 질문에 “내 소관이 아니다. 공학은 타협이다. 100%가 없다. 어떤 총알도 뚫지 못할 철모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철모는 너무 무거워서 쓸 수가 없다. 적당히 무겁고 적당히 안전하게 만드는 게 타협이다.”고 하였다. 반구대암각화를 물로부터 적당히 보호하고 암각화도 적당히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물막이댐 건설에 깔린 문화의식이라면 지금이라도 재고하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함인선씨의 (주)선진엔지니어링이 6억4천만원의 용역비로 수행한 기술용역보고서와 국무총리실이 주관한 기술평가팀의 활동이 댐 설치와 관련하여 제기된 문제점들을 얼마나 어떻게 해소하였는지는 알려진 바 없지만 반구대암각화가 결코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3.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야 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세계문화유산 잠재목록에 올라 있는 반구대암각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는 반구대암각화와 주변경관의 원형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가변형물막이 댐 설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201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는 자연경관의 보존을 중요평가항목으로 두고 있어 가변형물막이 댐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결격요소로 판단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전략적인 조사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반구대암각화 보존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반구대암각화 보존과 세계문화유산등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반구대암각화를 놓고 실험과 연습은 있을 수 없다.

반구대포럼은 반구대암각화의 긴급보존을 위한 정부의 문화재보존정책이 졸속으로, 폐쇄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결코 묵과할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화재 보존의 중요성을 천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쫓기듯이 추진되고 있는 반구대암각화 보존정책은 제2의 숭례문 참사를 부를 수도 있다. 숭례문 참사는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문화재는 한번 훼손되면 원형을 복원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더욱이 훼손된 문화재의 복원은 시간을 두고 신중히 하지 않으면 또 다른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 복원에는 과학과 기술의 문제 이전에 문화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금번 반구대암각화 긴급보존정책은 문화융성의 국정지표를 내건 박근혜정부의 성공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정부에 다음을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가변형물막이 댐 설치와 관련한 기술용역보고서, 기술평가 팀의 활동보고서를 공개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는 대국민공청회를 즉 시 개최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정부는 가변형물막이 댐 설치가 반구대암각화와 주변경관의 보존, 세계문화유산등재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하여 관련 분과 문화재위원들이 합동으로 시간을 두고 심의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정부는 반구대암각화 임시보존대책을 가변형물막이 댐으로 결정한 모든 단계에서 정 책실명제를 확립하여 사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2017년 반구대암각화 세계문화유산등재 로드맵 을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하나. 정부와 정치권은 반구대암각화의 항구적 보존대책을 즉시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2013년 1월 14일 반구대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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