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을 만나 일본에 대한 중국정부의 원칙적 입장을 재차 천명하며 대일 압박 행보를 이어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7일(현지시각) 푸틴 대통령과 새해 첫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 '항일승전 70주년 기념행사 공동개최' 등을 거론하며 일본에 대한 공세모드를 펼쳤다.
시 주석은 내년에 있을 항일전쟁승리 70주년 기념행사를 중국과 러시아가 함께 치르기로 한 점을 상기시키며 “중국과 러시아 양국의 돈독한 유대관계를 통해 이 행사를 함께 잘 치러 역사에 새기고 이를 후대에게 경고할 수 있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소련 등 유럽국가들에 대한 나치세력의 침략과 중국 등 아시아 피해국 인민들에게 범한 일본 군국주의 엄중한 죄행이 결코 잊혀서는 안 된다"면서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노력해 세계 반(反)파시스트전쟁 및 중국인민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를 잘 치르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의 발언에 푸틴 대통령이 '일본군국주의의 엄중한 죄행'을 거론하며 호응한 것에 대해 중국 언론매체들은 양국이 앞으로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와 영토분쟁 등의 문제에 있어서 공조를 통한 적극적 협력 노선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열린 정례브리핑을 통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이번 중요한 정상회담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시 주석은 이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회담을 갖고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는 각 국가가 ‘정확한 역사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일본의 잘못된 외교 행보를 재차 지적하고 나섰다.
시 주석은 “중국은 동북아지역의 평화안정을 위해 유관국가들과 노력하기를 원한다”면서 "지역국가들이 화목하고 우호적으로 지내려면 해당 국가들이 반드시 정확한 역사관을 견지하고 국제질서를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일본이 과거 침략 역사를 철저히 반성하고,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반역사적 행동을 중단함으로써 이웃국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 시 주석은 내년은 유엔 창립 70주년이자 제2차 세계대전과 중국의 항일전쟁승리 70주년이라는 사실을 거듭 부각하며 "유엔은 반파시스트전쟁 승리의 성과로, 국제사회가 기념활동을 잘 치를 수 있도록 추진해주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이러한 중국의 대일 압박 공세에 소치 동계오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아베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과 러시아의 연대가 강화되기를 바라며 북쪽 영토에 대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하는 등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쳤다.
보도에 따르면 소치에서의 회동 가능성을 일축했던 양국 정상은 방문 기간 중 귀빈실에서 우연히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아베총리에게 “최근 중일관계가 긴장국면에 직면해 있는 상태나 이는 양국 모두가 원하는 결과는 아닐 것”이라면서 “중일 간 체결한 4개 정치문건의 원칙하에 전략적 호혜관계를 지속해나가길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다만 일본은 왜곡된 역사 인식을 바로잡고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문제 등 민감한 갈등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한다”며 중국의 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아베 총리도 이에 대해 “소치에서 시 주석을 보기를 매우 희망했다”면서 “일본 또한 양국 관계 개선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지난 6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림픽 개막식과 단체환영 연회 참석, 중국 대표선수단과의 만남,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사흘간의 일정을 소화하고 8일 귀국했다.
시 주석의 이번 행보는 중국 외교 역사상 세 가지 신(新)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소치행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우선, 중국 국가 원수가 새해 첫 해외순방 국가로 2년 연속 러시아를 선택했다는 것과 중국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해외 국제 스포츠 대회 개막식에 참석했다는 점, 또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양측이 이례적으로 6차례나 회동을 가졌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고 국내외 언론매체들은 분석했다. 또 이번 행보는 양국의 강력한 밀월 관계를 방증하는 것이며 앞으로 양국이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우호관계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도약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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