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신규 순환출자·지주사 규제’가 해외 계열사를 통한 회피성 면탈 행위에는 법망이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때문에 신규 순환출자·지주사 규제를 규내외 종속회사로 확대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해외 자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 방치는 ‘고용없는 성장’ 등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반응도 적진 않다.
9일 경제단체 등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해외 자회사를 활용한 순환출자 구조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다.
지난달 29일 공정위가 입법예고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은 재벌이 은행 등의 특정금전신탁을 활용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를 이용한 신규 순환출자 금지 회피만 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어 해외 계열사를 통한 법 적용 회피 위험성이 높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현대그룹을 예로 들면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증권→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로 순환되는 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6개 해외 자회사→현대엘리베이터’ 등 6개의 숨겨진 순환출자로 이어진다.
6개 국외 자회사들은 현대 아메리카 쉬핑 에이전시·현대인터모달·캘리포니아 유나이티드 터미널·워싱턴 유나이티드 터미널·현대 머천트 마린 유럽·현대 머천트 마린 홍콩 등으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9%를 보유 중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으로 현대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1.2%보다 지분이 많다.
특히 대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한 눈에 파악하고 투명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지주회사 제도의 금산분리 규제도 해외 자회사 이용은 제외다. 현행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 보유가 금지이나 해외 자회사를 활용하면 규제에서 벗어나는 법 구조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의 폭풍 속에서 개정된 현 수위의 공정거래법도 재벌개혁의 고삐가 상당부분 앞당겨진 액션행보로 진단하고 있다.
재벌개혁의 고삐를 당겨 투자의 족쇄를 채우기에는 경제여건이 너무 어려운데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팔을 걷은 마당에 재벌개혁의 목소리만 마냥 낼 수도 없다는 분석에서다.
주무부처인 공정위도 사각지대 논란을 빚은 대기업 해외 계열사에 대한 규제는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법 적용의 실익이 없을뿐더러 회피성 면탈 행위 우려는 너무 지나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는 게 공정위 측의 판단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난 2011년부터 시행 중인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기준)상의 국내외 종속회사를 탈법행위 규제대상으로 삼자는 제안이 나온다. 이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지주회사 규제를 국제회계기준상 국내외 종속회사로 확대하는 대안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출자규제의 예외를 대거 늘려 재벌의 문어발식 기업 확장을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하지만 재벌의 적극적인 투자 없이는 일자리 창출과 성장동력 회복이 어려운 현실론도 봐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가 해당 관련 규제를 서둘러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지주회사 규제를 국제회계기준상 국내외 종속회사로 확대하는 등의 대안은 역외 적용 논란을 극복하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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