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호떡장수로 전락한 금융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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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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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증권부 장기영 기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카드사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를 수습하기에도 바쁜 금융당국이 때 아닌 호떡 장사를 시작했다.

꽃피는 춘삼월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겨울철 인기 먹거리인 호떡을 뒤집느라 금융시장에 펼친 좌판을 접지 않고 있다.

사먹는 이가 아무도 없는 탓에 식은 호떡이 쌓여만 가는 데도 호떡 뒤집개가 철판에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금융당국은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NH농협은행 카드사업본부)의 정보유출 사고로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자 오는 3월 말까지 전화, 문자메시지(SMS), 이메일을 활용한 비대면 아웃바운드(적극형) 신규영업을 중단토록 하는 고강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영업 중단 조치가 시행된 지 불과 일주일여 밖에 지나지 않은 지난 4일 결정을 번복하고 관련 영업 재개 방침을 밝혔다.

영업을 중단할 법적 근거도, 손실 규모에 대한 추산도 없이 탁상행정을 밀어붙였다 반발 여론이 확산되자 스스로 판단이 잘 못 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호떡 뒤집듯 결정을 뒤집는 금융당국의 행태는 이 같은 후속 조치 발표 이후에도 되풀이됐다.

금융당국은 각 보험사가 직접 동의를 받은 자사 고객정보에 대한 자체 점검 자료를 7일까지 넘겨받기로 했다 제출 기한을 11일까지 연장했다.

이번에는 보험사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최고경영자(CEO)의 확인을 받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애초부터 보험사가 고객정보를 유입 경로에 따라 분류 및 정리한 뒤 CEO 확약서를 첨부해 제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자신들이 움켜 쥔 호떡 뒤집개에 수많은 국민들의 정서적 안정과 비정규직 전화상담원의 생계가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떡처럼 설탕이나 견과류를 속에 넣은 밀가루 반죽을 뒤집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호떡을 무조건 빨리 구워내는 것 보다는 호떡이 누구의 입에 들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금융당국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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