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아무 거리에서나 잠시 멈춰 지나가는 군중들을 바라세요. 이 걸어가는 인물들에게서 아름다움과 에너지를 발견하게 될 겁니다.”
영국 런던출신 작가 줄리안 오피(53)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전시는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이다. 저녁이면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를 물들이는 '걸어가는 사람'이 이 작가 작품이다.
조각과 회화의 영역을 폭넓게 아우르는 오피는 후기 모더니즘의 주요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앤디 워홀 이후 가장 대중적인 팝아트 작가라는 수식어도 붙어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돋보이는 작품은 사인보드같은 단순함이 특징.
이번 전시에 걸린 작품들속 인물들이 낯익은 이유가 있다. 서울 신사동과 사당동 일대의 행인들을 포착한 회화다.
“신사동이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이 많은 동네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지만 처음에 사진을 받아 보고 다들 옷을 매우 잘 입어서 놀랐어요.”
한국서 하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 사진가에게 3000여장의 사진을 찍게했다. 이 가운데 몇 장을 추려 4~5개월간 작업했다.
그는 "런던 사진들이 어둡고, 그림자가 많은 데 비해 서울 사진은 밝음 그 자체였다”고 했다.
"굽높은 구두에, 특이한 모자를 쓰거나, 액세러리를 걸쳐, 각각의 캐릭터가 독특한 차림새여서 마치 비주얼 룩을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라도 하는 느낌이었어요. 아, 휴대폰에서 한시도 눈을 안 떼는 것도 공통점이었어요."
사진을 토대로 굵은 선으로 테두리를 그리고 색비닐로 오려붙였다. 온전히 관객의 호기심을 끌기위해 1987년 이후 물감대신 유색비닐을 재단해 작품을 제작한다. 요즘에는 발광다이오드(LED) 패널로 움직임을 표현하는 작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드로잉인 내 작품은 단순한 대신 움직임을 주입해 시선을 끌죠. 하지만 내겐 색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색감이야말로 주제를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죠. "
이번 전시에는 비닐 페인팅과 LED 패널뿐 아니라 거대한 사람의 머리를 형상화한 조각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3D스캐너를 통해 입체로 구현한 조각은 농축된 레진으로 제작했다. 현대적인 두상조각인데도 신석기 시대 토템같은 분위기를 선사한다. 전시는 3월23일까지.(02)735-8449
줄리안 오피 Julian Opie, Julian. 2012 © Julian Opie 사진= 국제갤러리
◆줄리안 오피=1958년 런던에서 태어났다. 1982년 골드스미스 컬리지를 졸업한 오피는 리처드 웬트워스와 마이클 크레이그-마틴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일본 망가의 원조인 에도시대 목판화(우키요에)와 기원전 100년 안팎에 제작된 밀로의 비너스 같은 대리석 조각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런던 북동쪽 쇼디치 인근 3층 스튜디어에서 6-7명의 조수와 함께 작업한다. 영국예술위원회, 런던에 소재한 브리티쉬 미술관, 피츠버그의 카네기미술관, 스페인 발렌시아의 아이반 현대미술관, 도쿄 국립현대미술관,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갤러리, 런던의 국립 초상화 미술관, 뮌헨의 렌바크하우스내 갤러리아 스투디티시크, 암스테르담의 스테데리제크 미술관, 런던 테이트 컬렉션 및 빅토리아와 알버트 미술관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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