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형 aT 북경지사장 "선단식 진출로 음식한류 이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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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2-2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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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한국의 기업이나 기관, 단체의 중국 주재원 임기는 보통 3년이다. 때문에 베이징 교민사회에서는 “주재원들은 구구단을 5단까지만 외우다가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장기간 사전준비를 하지 않은 채 중국에 착임하면 구구단 2단부터 시작하여 4~5단 정도 외우다가 구구단에 대해 뭔가 알만할 때쯤 본국으로 귀임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후임자가 중국에 착임하면 2단부터 시작하게 된다. 비유적으로 중국에 대해 7~9단을 읊는 경지에 이르게 되는 사람은 드물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올 2월 착임한 신임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이필형 지사장의 경우는 다르다. 그는 여러해동안 중국 주재원을 꿈꿔왔으며, 그 동안 착실히 준비를 해온 만큼 구구단 4~5단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가 중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94년 aT 국영무역처에서 일하면서부터다. 그는 이후 2006년까지 100여회 중국출장을 다니며 중국관련 비즈니스를 해왔다. 한해 한해가 다르게 급성장해가는 중국의 모습과 거대한 잠재력에 그는 스스로의 비전을 중국으로 잡았다.

그리고 2006년 아직 어린 두 아이를 중국으로 유학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가족들은 그의 뜻을 따랐고, 부인과 두 아이는 생면부지의 베이징 땅을 밟았다. 그때부터 이필형 지사장의 ‘기러기아빠’ 인생이 시작됐다. 그는 aT내 내노라하는 중국전문가였기 때문에 이른 시간내에 중국 주재원 발령이 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발령철마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기회를 놓쳐야만 했다. 그러는 새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8년동안 부인은 베이징에서 한식당 ‘삼오죽’을 개업해 성공을 일궈냈고, 그의 큰아이는 서울의 K대학, 작은 아이는 중국 최고 명문대에 입학했다.

이필형 지사장은 “가족과의 재회까지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는데,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며 “가족과 함께 살게 된 기쁨은 말할 나위 없거니와, 그동안 꿈꿔온 중국에서의 식품한류 확대 첨병역할을 할 수 있게 돼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우유수출 139% 증가, 성장성 무궁무진

올해로 aT는 중국에 진출한지 19년째가 됐다. 그동안 많은 노력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 이에 더해 향후 몇 년간은 한중FTA, 중국 서부지역 개발 등 패러다임의 전환이 예정돼 있다. 갈수록 aT의 역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지사장은 “그 동안 구축된 중국시장 진출 시스템을 한층 견고하게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지사장으로서의 목표”라며 “앞으로 임기 3년동안 안정 속의 도약을 일궈내겠다”고 취임일성을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공기업인 aT는 한국의 농식품, 수산물, 한식 등이 중국에 보급되는 중심축이자 서포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전년도 우리나라의 대중국 농림수산식품 수출실적은 13억 달러로서 2012년 대비 3.1% 증가했다”며 “이는 안전성에 대한 신뢰도 증가, 지리적 인접성 등에 기인한다”고 소개했다. 특히 유제품의 경우 조제분유의 수출액은 5600만달러로 전년대비 44%, 생우유는 900만달러로 무려 139%의 신장세를 보였다.

대중국 수입액은 WTO 협정에 의한 의무 수입물량 도입과 값싼 수산물의 수입량이 증가한 탓에57억 달러를 기록했다. 현재 한국으로서는 농수산식품분야에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는 “한국 농림축산식품부 및 aT의 수출 드라이브 정책에 힘입어 우리 농수산식품은 꾸준한 수출증가세를 기록해 왔으며, 중국은 이제 일본에 이은 우리나라의 두번째 농식품수출 대상국으로 부상했다”면서 “2020년이면 중국은 한국의 1위 수출대상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대시장 중국, 선단식 진출 필요”

그는 “식품의 경쟁력은 식품자체의 우수성도 중요하겠지만 생산한 국가의 브랜드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한국 소비자들 역시 한국시장에서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 식품들을 마음놓고 사먹는다”며 “식품안전도는 그 국가이미지와 직결된다”고 소개했다. “일본에 원전사고가 난 후 일본식품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고 이에 맞물려 동북아 역사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본식품의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중국에는 한류 열풍이 불면서 한국 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올라가고 있다”며 “드라마나 K-pop을 통해 한국의 깔끔한 이미지, 근면 성실한 습성, 활달하고 감성적인 창의성 등이 중국인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고 진단했다. 최근 ‘별에서 온 그대’라는 드라마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한국식품의 인기 역시 높아지는 현상 역시 긍정적이다. 이 지사장은 “이런 드라마 하나가 수천억의 광고비를 투입한 것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우리나라 식품의 경쟁력은 더없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국시장에 대한 충분한 연구조사와 ‘선단식 진출’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aT는 자체적으로 신규 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연구조사를 세계 각 지역에서 진행 중에 있으며 이는 중국 지사도 마찬가지”라며 “먼저 시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이자 영원한 과제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의 거대한 시장에는 수많은 경쟁기업들이 존재하는 만큼 한 개인이나 중소기업의 도전은 ‘태평양에 잉크 한 방울’처럼 미약할 수 있다”며 “aT가 중심이 되서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을 한데 엮어 거대한 ‘한류’라는 항공모함 선단을 이뤄 중국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칭다오-청두 잇는 지원망 구축

중소기업 중국진출 지원의 일환으로 aT는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이 지사장은 “칭다오는 지정학적으로 물류 수요가 많은 교두보 지역이며, 통관이 비교적 신속하고 지방정부가 한국에 우호적”이라며 ”칭다오에 총부지 1만4737㎡(4466평)에 냉동, 냉장창고(5870㎡, 1789평)과 상온창고(6624㎡, 2007평)를 건설 중에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건설중인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냉장 유통시스템을 구축해 한국산 신선식품이 선적일로부터 5일 내에 베이징에 유통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최종목표”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칭다오와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스촨(四川)성 청두(成都)간의 공동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중서부 내륙도시에 진출하는 것도 또 한가지의 목표다.

이미 aT는 서부진출을 위해 청두에 사무소개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사장은 “aT는 개설될청두사무소를 통해 현지시장을 파악하고, 유망품목을 발굴하고, 한국식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물류를 지원할 것”이라며 “중국 중서부는 분명히 매력있는 지역이지만 열악한 인프라로 리스크 역시 크기 때문에 aT는 개인 및 기업이 개별 진출하였을 때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현재 진행중인 한중FTA 협상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 지사장은 “한중 FTA가 체결되면 우리 농업이 붕괴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나 한중 FTA체결은 위협요인과 동시에 기회요인도 존재한다”며 “거대한 농산물 수입국인 중국은 곡물수입을 더욱 늘릴 것이며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은 충분히 이 같은 메리트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힘을 줬다. 이어 “한중 FTA체결 이전에 FTA를 활용한 농식품 수출확대 프로그램을 정착시켜 중국시장 농식품 수출에 본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구축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저는 이제 막 aT 북경지사를 이끌어나가는 초임자에 불과하다”며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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