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의 지독한 스모그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국의 농산물가격이 들썩이면 글로벌 곡물 시장 역시 파동에 휩싸이게 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중국의 스모그가 빛을 차단해 식물의 광합성을 막으며, 이로 인해 올해 작황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고 환구시보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를 인용해 26일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역사상 최고치인 7000만톤의 식량을 수입했으며, 이로 인해 식량자급률이 90%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더해 올해 작황이 부진하면 농산물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
허둥셴(賀東仙) 중국농업대학 수리토목공정학원 부교수는 베이징에서 지난 몇 달간 스모그가 식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실험한 결과 식물의 생존에 필요한 광합성이 급격하게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험 결과 고추와 토마토는 실험실의 인공조명 아래서 씨를 뿌린 뒤 완전한 묘목으로 자라는데 보통 20일 정도가 소요됐지만, 베이징 창핑(昌平)구에 있는 온실에서는 싹이 나는데에만 무려 두 달 이상이 걸렸다. 완전한 묘목으로 자라기까지는 3~4개월여의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이는 스모그로 온실 속 식물이 받는 빛의 양이 대폭 줄어들면서 발생한 결과다.
허 교수는 스모그로 농가의 많은 묘목이 부실해지고 병들었다고 지적하고 묘목의 질이 떨어지면서 올해 중국의 농업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스모그가 낀 날이 계속되고 늘어나면 중국의 식량 공급은 마치 '핵겨울(핵전쟁 후 나타날 것으로 여겨지는 추위)과 유사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 교수는 또 "최근 몇 달간 갑자기 많은 농업회사 대표들이 광합성 관련 학술회의에 나타나 절박하게 해결책을 찾았다"라고 전하면서 "외국에서 온 동료학자들 역시 자신의 나라에서 본 적이 없는 현상에 충격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베이징의 한 종묘회사 판매 담당자도 농작물들이 병들고 성장이 늦어지는 등 농가들이 스모그로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스모그의 영향이 뚜렷하고 심각해 농부에서 판매원까지 회사의 모든 사람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회사들은 전기를 많이 먹는 값비싼 인공조명을 설치하고 성장 자극 호르몬을 사용하는 등 대응조치에 나서고 있다.
멍지화(夢繼華) 중국과학원 원격탐지·디지털지구 연구소 부교수는 현재 기술로 스모그가 농작물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80%까지 정확하게 추산할 수 있다면서도 연구 결과의 민감성 때문에 당국이 결과를 공개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멍 교수는 "일부 정부 관리들은 스모그와 농업 생산을 연계시키면 공포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 같다"라면서 "그러나 중국 토양에 도달하는 햇빛이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줄어든 점은 부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편, 베이징에서는 지난 20일부터 시작된 심각한 대기오염 상태가 26일 오전까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상황이 극심했던 25일에는 베이징 퉁저우(通州) 지역에서 측정한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는 500㎍/㎥에 육박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의 PM 2.5 기준치(25㎍/㎥)의 20배에 달하는 것이다. 베이징시 다른 지역역시 PM 2.5가 350~500㎍/㎥에 달했다. 이에 따라 베이징시는 관용차 운행을 제한하고 펑타이(豊台)구의 학교 400여 곳은 실외 활동을 금지하는 등 각종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스모그로 오염된 면적은 전 국토의 10분의 1에 달하는 108만㎢에 달했다. 이중 비교적 심각한 지역이 90만㎢로 베이징, 허베이(河北), 산둥(山東), 랴오닝(遼寧), 지린(吉林) 등에 집중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