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장 산업은 위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제주도엔 25개의 골프장이 들어서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된 골프장인 제주CC가 연초 경매로 넘어간 데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모든 골프장이 다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 그 나름대로 특장점이나 탈출구를 찾아 보란듯이 경영을 하고 있는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라온골프&리조트(제주시 한경면 저지리)다.
이 곳은 27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을 2004년 개장한 후 제주지역의 특산인 말을 테마로 한 ‘더馬 파크’를 연 데 이어 최근에는 프라이빗 타운과 호텔·코스·명품관 등을 갖춘 리조트를 완공했다.
특히 프라이빗 타운은 총 1000세대 가운데 430세대를 중국인에게 분양했다. 중국인 투자로만 2억5000만달러(약 2700억원)를 끌어들임으로써 제주 골프장의 활로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모든 프로젝트의 중심에 손천수(65) 라온그룹 회장이 있다. 제주 현지에서 다른 골프장들이 부러워하는 스토리를 들어봤다.
-제주에서 골프장 사업을 한 것을 후회하지 않나요.
“조금도 안합니다. 골프장 사업만 했다면 다른 골프장과 크게 다를바 없이 어려웠을 겁니다. 그러나 말을 테마로 한 ‘더마 파크’를 짓고 프라이빗 타운을 성공적으로 분양한 덕분에 우리는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
-골프장 산업이 어렵고 특히 제주지역은 포화상태라고 하는데요.
“그렇습니다. 제주도내 25개 골프장 가운데 이익을 내는 곳은 라온을 비롯해 두 세 군데밖에 안됩니다.골프인구는 늘어나지 않지요, 서로 경쟁은 하지요….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은 그런대로 유지가 되겠지만 규모가 작은 골프장들은 적자가 불가피합니다.제2, 제3의 제주CC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어요. 라온GC는 날씨 영향을 비교적 덜 받습니다. 개장초부터 견지해온 ‘머니 백 개런티’제도 덕분에 골퍼들이 많이 옵니다. 우리 골프장에 와서 안개나 눈·바람 때문에 라운드를 못하면 제주 여행 경비를 돌려줍니다. ”
-리조트 사업으로 중국 투자자를 대규모로 유치했습니다. 그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2007년 제주도 특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해 때마침 우리는 18홀 코스 부지를 추가로 구입했지요. 제주도에 5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5년후 영주권을 준다는 혜택이 중국인들에게 어필했습니다. 우리는 18홀 대신 9홀만 짓고 나머지 9홀 부지에 호텔·프라이빗타운·리조트 등을 건설하기로 했고 모델하우스를 선보였습니다. 제주도에서도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해줬습니다. 그 덕분에 중국인 투자자를 대거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2011년 11월입니다.”
-중국인 투자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평가합니까.
“한마디로 ‘대만족’입니다. 투자비의 절반 정도를 중국인들에게서 조달했으니까요. 1000실(세대) 가운데 지금 빈 곳이 하나도 없습니다. ”
-중국 투자자들도 만족하나요.
“그럼요. 그들중에는 이미 자녀들을 이곳으로 보내 외국인학교에 입학시킨 경우도 많습니다. 타운 가격도 분양당시보다 1억원 가까이 올랐어요. 중국인들은 연간 두 달 정도 이 곳에 머무르면서 제주의 풍광과 자연을 즐깁니다. 그들은 ‘전용골프장이 있는 집’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은 골프비용이 전부 무료입니다. ”
-중국인 회원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이나 이벤트같은 것이 있습니까.
“중국인 회원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직원들에게 중국어 교육을 시키는 것은 기본이고요. 중국인들이 ‘식(食) 문화’를 중시한다는데 착안해 연간 몇차례 그들을 위한 만찬을 엽니다. 또 중국인의 쇼핑편의를 위해 타운내에 명품관을 마련했습니다. 라온 명품관은 ‘자릿세’가 면세점이나 공항 등지에 비해 낮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같은 명품이라도 12%정도 싸게 살 수 있습니다. 중국인뿐 아니라 내국인도 많이 찾습니다. 명품관 2층에는 ‘고궁’이라는 중국음식점을 차렸습니다. 제주에서 중국식당으로는 최대규모(약 1500㎡)지요. 이 곳에는 중국인 주방장 3명이 상주하며 중국 회원들의 입맛을 맞추고 있습니다.”
-중국인들은 라운드와 관광·체류·카지노 가운데 어떤 것을 선호합니까.
“아무래도 카지노를 좋아합니다. 그들은 한 번 올때마다 1주일가량 머무릅니다. 이곳에서 비행기로 2시간 거리인 베이징이나 1시간 거리인 상하이 출신 회원들이 많지요.”
-중국 골퍼만의 특징이나 패턴이 있다면.
“내기를 좋아하고 규칙을 엄격하게 지킵니다. 그들은 라운드에서도 한국골퍼들보다 더 흔하게 내기를 하더군요. 대개 처음에는 스트로크당 100위안(약 1만7000원)으로 시작합디다. 그러고 뜻밖에도 그들은 규칙을 엄격하게 따집니다. 아무래도 중국에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인 것같아요. ”
-타이거 우즈가 10년전 국내 골프장에서 처음 플레이한 코스가 라온GC입니다.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 때 비용은 좀 들었지만 대회를 잘 유치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덕분에 라온GC가 골퍼들에게 알려지고 리조트도 성공적으로분양됐지요. 그 때 보니 우즈는 ‘골프 황제’답지않게 소탈하더군요. 올해는 그 10주년을 맞아 관련된 이벤트를 벌일 생각입니다. ”
-국내 골프장 산업이 침체에서 벗어나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 정부에 할 말이 있습니까.
“이대로 가면 1990년대 일본 골프장이 그랬던 것처럼 줄도산이 우려됩니다. 골프인구 증가세는 멈췄는데 골프장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골프장 공급초과상태지요. 공급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요. 코스나 홀 수를 줄여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부에서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요컨대 27홀 코스라면 18홀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9홀은 다른 용도로 전환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또 퍼블릭골프장도 회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개정돼야 합니다. 이는 제주나 육지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획기적 대책없이는 골프장 경영난은 해결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손천수 회장은>
1952년 전남 구례에서 태어난 손 회장은 경남 마산에서 30년간 건설업(서광건설)으로 입지를 다졌다. 골프를 좋아한 그는 제주에 갈 때마다 부킹이 어려운 것에 착안, ‘제주에 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현실이 됐다. 당시 대우가 골프장 인허가를 받아놓은 곳을 경매를 통해 매입한 후 시공 2년만에 27홀 코스를 탄생시켰다.
그 때가 2004년 10월4일이었고, 그는 여세를 몰아 11월17일에 타이거 우즈, 콜린 몽고메리, 최경주, 박세리가 참가한 스킨스게임을 개최해 이름을 알렸다.
그는 스킨스게임에 앞선 프로암에서 우즈와 라운드를 했다. 당시 틈날 때마다 우즈에게 사인을 요청해 모자를 받았는데, 모두 회원 등 지인들에게 다 나눠줬다고 한다.
그는 우즈한테서 ‘핸디캡 3’을 공인받은 골퍼다. 손 회장이 우즈한테 “내 핸디캡이 얼마나 되겠는가?”고 묻자 우즈는 오히려 “당신 평소 핸디캡이 얼마인가?”고 되물었다고 한다. 그래서 손 회장이 “핸디캡 3이다”고 하니 우즈는 “인정한다. 내 연습파트너로 손색이 없다.”고 인정해줬다. 그 이후 손 회장의 핸디캡은 줄곧 3이다. 그는 2000년대초 부곡CC 클럽챔피언을 지낸 골프 고수이지만, 홀인원은 지난해 단 한차례 기록했다.
그는 골프장에 오는 손님들에게 양질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최근 대형 장독 100개를 구입, 클럽하우스옆 공지에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그 안에는 인근 지역에서 나는 콩이나 고추 등으로 담근 된장 고추장 간장이 들어있고, 고객들에게는 이 장류로 된 ‘웰빙 음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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