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이시바 시게루 내각의 운명을 판가름할 참의원(상원)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일본 현지 언론을 통해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막판 판세 분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선거 결과가 한·일 관계에 미칠 여파도 주목된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전체 248석 가운데 절반인 125석이 선거 대상으로, 여당이 기존 의석과 합쳐 과반을 유지하려면 50석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도쿄도 지역구 결원 1명을 포함해 지역구 75명, 비례대표 50명을 선출하게 되는데, 현재로선 총 66명의 후보를 낸 여당의 과반 달성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주요 언론의 선거 막판 설문조사를 보면 여당이 획득 가능한 최대 의석수는 50명을 약간 웃돌면서 박빙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각 신문사별 예상 의석수 집계를 보면 요미우리신문이 자민당 24∼39석, 공명당 7∼13석으로 여당 합계 31∼52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사히신문은 자민당 33∼51석, 공명당 6~12석으로 여당이 33~51석을 얻을 것으로 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자민당 40석 전후, 공명당 10석 미만으로 전망해 50석 달성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선거 직전 표심이 여당을 떠나고 있는 이유로는 고물가 대책으로 내건 ‘전 국민 지원금’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더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외국인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우익 군소 야당인 ‘참정당’이 인기를 끌면서 보수 표심 분열을 불러오고 있다.
물론 여론조사 오차 및 막판 조직력 변수 등이 작용할 순 있지만 선거 초반에 비해 예상 의석수가 감소하고 있어 여당에게 불리한 흐름이라 볼 수 있다. 이시바 총리도 지난 15일 가가와현을 찾아 “매번 힘들지만 이번 선거가 가장 힘들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여당이 이번 선거에서도 과반을 빼앗길 경우, 중의원(하원)과 참의원 모두 야당이 우세인 ‘여소야대’ 구도로 재편된다. 이렇게 되면 이시바 총리를 향해 당내에서 퇴진 압박이 나오거나 정계 개편 논의가 이어지면서 정국 상황이 한동안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정치 지형 변화뿐 아니라 외교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일 통상 협상에서 총리 리더십 불안정으로 인한 협상력 저하로 더욱 어려운 국면에 놓일 수 있다.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론을 의식해 꺼내 놓지 못한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을 카드로 쓰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한·일 관계 역시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할 경우 정상 외교 향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양국은 셔틀외교 복원을 약속하고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 등에서 정상 간 교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설령 자민당이 패배하더라도 이시바 총리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명분으로 즉각 사퇴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만일 이시바 총리가 물러나게 되면 야당이 뭉쳐 총리 지명선거를 통해 정권을 탈환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총리가 ‘버티기’를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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