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네프트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 추진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세계 최대 국영 석유업체로, 세친 회장은 이번 방한기간 동안 현대중공업과 SK에너지 등을 비공개 일정으로 방문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세친 회장 일행은 현대중공업 서울 사무소를 방문해 플랜트 사업 부문 고위 임원과 면담을 가졌다. 이날 세친 회장측은 로스티네프가 보유한 석유 생산시설의 현대화 계획을 설명하고 현대중공업측에 설비 업그레이드 등 다양한 부문에 있어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보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소리 방송은 “양측은 로스티네프의 재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동시에 석유제품 및 관련 시설물 공급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거론된 가운데 빠른 시일 내 공동 실무팀 구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측은 “사업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 있었으며, 특별히 합의를 이뤄낸 내용은 없었다. 협력 방안을 알아보자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세친 회장은 현대중공업 방문에 앞서 김형건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대표와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측 대표는 향후 석유 공급 분야에서 상호이익이 되는 협력 방안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으며, 특히, ESPO유(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유) 공급량 확대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이 속해 있는 SK에너지는 로스네프트 석유를 수입하고 있으며, 2013년과 2014년 2월까지 로스네프트가 SK에너지 그룹에 수출한 석유 총량은 159만9000t, 약 13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친 회장의 한국 방문은 크림반도 병합 문제로 서방 세계와 러시아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크림반도 병합 투표 이후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 등 11명에 대해 여행 금지와 자산 동결 조치를 취하고 있고, 유럽연합(EU)도 총 21명에 대해 동일한 제재를 부여하고 있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병합안 서명 이후 서방사회의 추가 제재를 강구하고 있다.
특히, 당초 지난 20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러 경제협력 행사가 러시아측의 요청으로 전격 취소됐다. 이날 행사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한 알렉세이 울류카에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양국 수출보증 기관들의 협력방안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으나 울류카에프 장관이 한국 방문을 연기한 것이다.
행사 하루 전인 19일 한국 정부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안에 대해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뒤 벌어진 일이라 자칫 고조되던 양국간 경제협력 분위기가 냉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재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세친 회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했다는 점은, 정부간 차원의 경제협력 일정은 일단 보류하지만, 민간 차원에서의 사업 협력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의지를 러시아측에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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