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지닌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네거티브 블랙홀에 빠질 조짐이다.
4월 임시국회 첫날인 1일 여야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을 놓고 난타전을 벌이며 정쟁에 몰두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구현을 위한 지방선거에 민생정책은 간데없고 비난전만 나부끼는 형국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공천 폐지 관철을 위해 거리 서명전을 벌이자 “안철수 공동대표가 길거리 정치 선봉에 섰다”고 비판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정권은 거짓말 정권”이라며 ‘약속 정치 대 거짓 정치’ 프레임에 고삐를 당겼다.
저질·막말 공방전으로 치닫지는 않았지만 여야 모두 상대방에 대한 혐오증을 유발하는 선거전에 골몰, 본격적인 네거티브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를 “배제 프레임”으로 규정했다. 상대방을 타격해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전략이다.
새누리당이 ‘민생 대 야합’, 새정치민주연합이 ‘구태정치와 새정치’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이런 맥락이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2014년 버전인 셈이다.
실제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안 대표를 직접 겨냥, ‘꼼수 정치’, ‘치매 정치’, ‘떼쓰기 정치’ 등의 단어를 써가며 십자포화를 날렸다. 그는 “정치 초년생인 안 대표가 입으로는 새정치를 말하면서 국민을 혼동시키고 선동 정치의 중심에 서 있다”고 일갈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간첩증거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국정원(국가정보원)을 향해 “시정잡배보다 못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국회에서 만난 야권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공천과 관련, “상왕식 공천이 아니냐”라고 맹비난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배제 프레임’의 득실이다. ‘반박(반박근혜)’, ‘반노(반노무현)’ 프레임 등은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나 중도층 공략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2년 총·대선에서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민주당이 참패한 까닭이다.
현재 한국 정치는 분단과 지역적 지형 탓에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보수와 진보에 각각 깃발을 꽂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간층 표심이 선거 당락을 가른다. 배제 프레임 블랙홀에 빠지는 쪽이 스윙보터(Swing Voterㆍ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는 유권자)로부터 배제당하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얘기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정권심판론 대신 중도층을 공략할 수 있는 친환경무상급식으로 전선을 가르면서 승리를 쟁취했다. 야권이 민생과 직결된 아이들 급식 문제를 정치 의제로 끄집어낸 결과 부동층을 대거 흡수한 것이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현재 여야는 정쟁의 늪에 빠졌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쟁 종식 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여의도 정치권이 네거티브의 치명적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소장은 이와 관련, “이번 지방선거에선 배제 프레임 자체가 작동되지 않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 지지율이 높고 기초공천 폐지도 이론의 여지가 많은 정책이다. 야권이 공천제 이슈에 매진하는 것은 하수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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