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경제 지표가 말해주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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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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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서류는 거짓말을 하지 않거든요."

안타깝게도 서류는 '정황상' 거짓말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에는 살인 용의자를 붙잡고도 'DNA 불일치' 검사 결과를 보고 놓아주고 마는 형사가 등장한다. 위 대사를 반복적으로 내뱉는 형사는 결국 '서류도 진실을 다 말하지는 않는다'는 불편한 명제에 무릎을 꿇는다.

우리나라 경제가 지난해 3.0% 성장했다. 1인당 국민총소득도 2만6205달러로 전년보다 6%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올해도 우리 경제가 회복 경로를 걷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경제지표는 갈수록 높은 수치를 잇따라 쏟아낼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석연치가 않다. 수치가 높게 나온 배경에는 통계 개편 효과가 자리해 있기 때문이다. 속보치에서 2.8%였던 성장률은 잠정치에서 3.0%로 늘어났다. 기준년을 개편하고 새로운 국제기준을 적용하면서 우리나라 경제 규모는 이전 수치보다 7.8%나 확대됐다.

이번 개편으로 연구개발(R&D) 생산비용과 예술작품 등 무형자산이 통계에 잡히고 군사시설 등도 자산에 묶였다. 하지만 이에 따른 성장률 제고 효과는 가계와는 거리가 멀다. 장밋빛 수치에도 국민들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낮은 것은 이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종합적인 경제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해 101~107 범위에서 오르내렸다. 기준치(10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심리 회복세가 더디다는 의미다.

성장률은 오르고 있지만 가계 소득은 내림세다. 2012년만 해도 6.1%에 달하던 월평균 가계소득 증가율은 지난해 2.1%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노동소득분배율은 61.4%를 기록했으나 6년 전인 2007년에도 61.1%였다. 이런 상황에서 빚까지 늘어나니 가계 살림살이에 봄이 오려면 아직 먼 듯 하다. 

숫자에 거짓을 담을 수는 없지만 해석은 무궁무진하다. 통계 이면에 담긴 우리 경제의 민낯을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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