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제2의 세월호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발표한 보고서 ‘인명사고 예방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불법 행위의 결과에 대한 원상복구뿐 아니라 징벌 차원의 금전 부담을 지우는 제도다.
정 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의 경우 무리한 증축과 화물 과다 적재, 선원들의 승객 구호 노력 부족 등 회사의 관리 소홀과 중첩된 불법 행위가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실무자의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경영진과 소유주의 관리 책임 강화, 불법 행위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손해배상제도는 전보배상의 원칙에 따라 가해자가 일으킨 직ㆍ간접적 손해를 원상복구시켜 주는 수준에서 배상이 이뤄지고 있어 불법 행위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정 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의 경우 가해자가 사망자의 기대 여명 동안의 평생 소득과 유족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모두 보상해 준다고 해도 이는 유족과 사망자가 당연히 받아야 할 보상을 받는 것일 뿐”이라며 “가해자가 관리 소홀과 불법 행위로 인한 징벌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지난 1989년 알래스카 해역에서 발생한 액슨 발데즈호의 대규모 원유 유출 사고 당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진 바 있다.
당시 미국 연방법원의 선사인 액슨 연구위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불법 행위 예방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는 점을 들어 제도의 단계적 도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주장하는 주요 이유는 피해자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징벌적 제재로 인한 불법 행위 예방 효과”라며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이미 이 같은 효과를 인정하고, 불법 행위로 인한 피해 발생 시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의 전면 도입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고려한다면 생명 또는 안전과 관련된 분야부터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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