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조인성 첫사랑으로, KBS2 드라마 '상어'에서는 손예진 아역으로 등장한 배우 경수진은 청순가련한 이미지가 강했다. 큰 눈 가득 고인 눈물로 남성 시청자의 마음을 아프게 하다가도 이따금 짓는 미소는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 경수진이 지난 13일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드라마 '밀회'(극본 정성주·연출 안판석)에서 '비타민걸' 박다미로 완벽하게 분했다. 털털하면서도 화끈한 박다미로 180도 반전을 꾀한 경수진을 지난 16일 서울 충정로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났다.
경수진은 전혀 안 어울릴 것만 같았던 박다미 역을 맡아 제 옷을 입은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다. 극중 다미는 일진 출신이지만 선재(유아인)을 만나 착실한 삶을 살고 있다. 호텔 토탈 뷰티샵에서 차근차근 일을 배우며 선재와의 미래를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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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순한 긴 생머리만 잘 어울릴 것 같았던 경수진은 '밀회'에서 뽀글거리는 긴 머리를 질끈 묶고 자기가 할 말은 거침없이 쏟아냈다. 때로는 침을 뱉기도 하면서 털털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전보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좋다. 칭찬도 많이 받아서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다"는 경수진은 "다미의 털털한 부분이 나와 많이 닮았다. 실제 성격과 비슷해서 몰입하기에도 훨씬 편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비슷한지 묻자 "침 뱉고 협박하는 거 빼면 다미의 성격과 똑같다"고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혜원을 능가하는 다미만의 매력은 뭐가 있을까? 경수진은 단번에 솔직함을 꼽았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당당함은 혜원과 가장 대조되는 모습이었다고. "다미는 명품 옷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해요. 상류 사회를 바라지도 않고요. 오히려 '나는 나 자신일 뿐'이라고 말하죠. 그런 대사가 다미스럽고 참 좋더라고요. 그런 솔직함에서 오는 당당함이 다미의 성격을 잘 보여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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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에서는 늘 선재를 따라다니는 다미였지만 촬영 현장을 벗어나면 선재와 혜원의 사랑을 응원하는 시청자로 돌아왔다. "자기의 안정된 삶을 위해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혜원의 입장에서 순수한 선재는 정말 멋있는 남자였을 거다. 모든 비리를 다 안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티 없이 맑은 선재를 통해 진정한 삶을 찾는 모습이 공감이 가더라. 불륜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분명 있겠지만 인간의 참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밀회'에서 김희애와 뜻하지 않은 연적을 이뤘지만 그만큼 김희애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단다. "김희애는 정말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선배배우"라고 엄지를 세웠다. 40대에 유지하기 어려운 미모와 몸매에 연기력까지 모두 갖추었으니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때문일까. 경수진은 김희애를 롤모델로 삼기 시작했다. "'밀회'를 통해 좋은 선배를 많이 만났지만 김희애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색다른 모습을 통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보여준 경수진은 이로써 도약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친 경수진이 가진 또 다른 무기는 무엇일까. 그녀의 내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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