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대구의 한 대학생 창업기업 A사는 홈 네트워크 사물인터넷 제품으로 지난해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대학)에서 개최하는 국제창업행사인 MIT-GSW(Global Startup Workshop)에서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상을 받았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까지 출품해 전 세계 바이어들로부터 구매문의가 쇄도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유통채널을 확보하지 못해 제품 양산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전국대학생창업동아리연합(NEST) 회원 2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A사처럼 상품을 만들어도 국내에서는 팔 곳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수 있도록 ‘팔 곳’을 마련하는 것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설문 결과 창업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채널이 충분한 지에 대한 질문에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27.7%, ‘별로 없다’와 ‘거의 없다’는 37.4%, ‘보통’은 34.9%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창업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채널이 충분한 지 수치화하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49.7점을 주어 국내에 창업기업 상품 유통 채널이 불충분한 것으로 평가됐다.

창업기업의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 알려진 자금조달 외에 판로개척 또한 주요 애로사항 중 하나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디어 사업화 플랫폼 이용 시 예상되는 어려움 또는 겪었던 어려움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전체 응답자 252명 중 판로개척에 60.3%(152명)이 대답해 자금조달 및 운용을 선택한 61.1%(154명)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반면, 필요인력 확보와 상품기획의 어려움은 각각 27.4%(69명), 27.0%(68명)으로 판로개척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에는 ‘도큐 핸즈’(Tokyu Hands)라는 전문 유통망을 통해 창업기업이 개발한 상품 판매를 지원하고 있어 이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경련은 설명했다.
일본 도큐 부동산이 유휴지 활용 아이디어로 제안한 도큐 핸즈는 생활 밀착형 제품들을 도심지역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독립 건물 형태의 전문 매장으로 지난 1976년 설립됐다. ‘창조적 생활 매장’(Creative Life Store)이라는 컨셉을 표방하며 약 30만점에 달하는 창의상품을 비롯한 생활 밀착형 제품들을 구비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고 있으며, 지난 2009년에는 닛케이 리서치가 선정한 소매·서비스 부문 브랜드 호감도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도큐 핸즈는 2013년 4월 기준 일본내 29개 점포를 운영중이며, 연간 200만명의 고객이 방문한다. 전체 직원 수는 2600여명(2014년 4월 기준), 연 매출액은 833억엔(2012년)에 달한다.
한편, 대학생 창업가와 창업예비 대학생들은 현 정부의 아이디어 부가가치화 정책기조와 창조경제타운 등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의 아이디어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자는 정부의 정책기조에는 ‘매우 긍정’과 ‘긍정’이 총81.3%, 창조경제타운과 같은 아이디어 사업화 플랫폼이 도움이 된다고 82.1%가 응답했다.
김태윤 전경련 미래산업팀 팀장은 “창조경제타운 등과 같이 아이디어를 모으는 시스템은 갖춰가고 있지만, 이를 유통할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미비한 상태”라며, “창조적 아이디어로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유통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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