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글로벌 게임사 넥슨이 꿈꾸는 미래는 다름아닌 ‘초심’에 있었다.
27일, 8번째 문을 연 ‘넥슨개발자컨퍼런스 2014(이하 NDC 14)’서 진행된 기조강연 ‘게임회사 CEO의 역할’에서는 NXC 김정주 대표를 비롯, 넥슨 일본법인 오웬 마호니 대표, 넥슨 박지원 대표, 넥슨 정상원 부사장 등 핵심 4인방이 자리를 함께하며 넥슨의 미래를 조명했다.
김정주 대표가 질문을 던지고 마호니 대표와 박지원 대표가 답하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된 기조강연에서는 현재 넥슨의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정상원 부사장까지 예고없이 등장, 눈길을 끌기도 했다.
우선 글로벌 시장에서의 넥슨이 가지는 경쟁력에 대해서 마호니 대표는 글로벌 기업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넥슨의 친화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EA 수석부사장 출신인 마호니 대표는 넥슨의 브랜드 파워는 다름아닌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진취적인 개발 프로세스의 있음을 강조하고 이를 변함없이 이어가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 밝혔다.
특히 마호니 대표는 글로벌 게임 시장 전체가 최근 5년동안 암흑기를 겪고 있음에 주목했다. 콘솔 개발자는 그래픽에만 지나치게 열중하고 있으며 소셜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성공한 게임을 지나치게 따라가는 이른바 ‘카피켓’의 범람이 전체 게임 시장의 침체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온라인게임 시장에서도 점차 개성과 창의성을 고갈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넥슨이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넥슨만의 철학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넥슨의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박지원 대표는 인수합병으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는 외부 시선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했다. 하지만 현재 내부에서 진행중인 온라인 및 모바일 프로젝트가 각각 6개와 20개에 달하는 등 활발한 준비가 진행중임을 밝히며 양적 성장 못지 않은 질적 성장을 자신했다.
박지원 대표는 무엇보다 글로벌 게임사로 도약한 넥슨의 ‘규모’가 새로운 도전에도 큰 힘을 될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게임 산업이 점차 거대화되며 더 많은 자본과 인력이 요구되는 프로젝트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넥슨의 역량이 과거에는 꿈꾸지 못했던 도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박지원 대표의 설명이다.
김정주 대표는 청중으로 참여한 정상원 부사장에게 뜻밖의 질문을 던져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2004년까지 화려한 전성기를 누린 넥슨이 이후 확실한 성공작이 없음을 전제로 정상원 부사장에게 공개 가능한 신작을 묻는 그의 질문에는, 인수합병과 외부 퍼블리싱에만 지나치게 의존했다는 자성의 의미가 담겨있었다.
넥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정상원 부사장 역시 현재의 넥슨이 과거에 비해 어느 정도 타성의 젖어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신규개발을 총괄하는 정상원 부사장은 과거 넥슨의 경쟁력이 상업적 성공이 아닌 ‘재미와 즐거움의 추구’에 있었음을 강조하며 ‘메이플스토리2’와 ‘야생의 땅: 듀랑고’ 등 최근 공개된 신작들을 시작으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박지원 대표는 세간의 관심사인 넥슨의 모바일게임 전략에 대해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고 시장에 존재하지 않는 즐거움을 가진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넥슨이 추구하는 게임이 시장에 이미 존재한다면 그보다 더 뛰어난 재미와 즐거움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는 것이 넥슨의 모바일게임 전략이다.
PC패키지에서 콘솔, 온라인을 거쳐 이제는 모바일로 급변하고 있는 게임 플랫폼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 마호니 대표는, 플랫폼 융합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음을 이유로 의도적인 변화를 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게임 플랫폼의 미래는 이제 기업이 아닌 고객의 선택임만큼 게임사는 오로지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조강연을 통해 드러난, 글로벌 넥슨을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 4인방의 공통된 생각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다. 여기에는 일본증시 상장과 공격적인 인수합병, 대대적인 퍼블리싱 사업 등을 통한 양적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정작 개발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있어서는 미흡함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날카로운 자기 반성이 숨어있다.
글로벌 게임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는 넥슨이지만 모바일게임 시장 대응과 글로벌 IT 기업들의 도전 등 맞서야 할 어려움 역시 만만치 않다. ‘초심’을 강조하며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게임 본연의 가치를 다시 한번 강조한 넥슨의 다짐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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