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2014 한은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한 배로 교수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수출과 수입 성장률은 실제 국내총생산(GDP)보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추가 부양정책을 통해서 개입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와 관련, 불황형 흑자(경기 불황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하는 것)의 모습을 보인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 4월까지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26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었으며, 수출은 전년보다 10% 증가한 반면 수입은 0.9% 감소했다.
배로 교수는 "한국은 수출을 엔진으로 삼아 성장해왔고 지금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것을 특별히 불황형 흑자라고 보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불거지는 소비심리 위축과 경기침체 우려 등에 대해서는 "세월호 사고가 온 국민의 슬픔을 초래한 큰 사고였음은 틀림없지만 경제적으로 봤을 때 '드문 거시적 재난(rare macroeconomic disasters)'이라고 보긴 어렵다"면서 "소비에 일시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정부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로 교수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드문 거시적 재난'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드문 거시적 재난은 주로 전쟁이나 금융위기 등으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출구전략 등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다수 국가에서 이러한 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그가 정의한 '드문 거시적 재난'은 실질 GDP와 소비가 10% 이상 하락하는 경우이며, 대표적 사례로는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1930년대 대공황,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꼽았다.
아울러 배로 교수는 "자유무역과 자유로운 자본이동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원화절상을 찬성한다"면서 "한국이 현재 취하고 있는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 정책은 합당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한국이 '드문 거시적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묻는 질문에 그는 "GDP대비 높은 공공부채 비율이나 대규모 공공사업 등 일본의 경우를 모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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