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은 내달 6일 개봉하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제작 하리마오픽쳐스)에서 산적 두목 장사정 역을 맡았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결정하자 “역적질”이라며 칼을 던질 정도로 강단이 있는 무사다.
장사정이 믿고 따르던 고려 장군 모흥갑(김태우)은 아끼던 동생이 새로운 왕에게 대들자 자신의 손으로 끝을 내려고 하지만 실력이 뛰어난 장사정은 땡중 스님(박철민)과 산만이(조달환) 춘섭(김원해)과 함께 산으로 들어가 산적질을 시작한다. 어딘가 부족한 산적단은 겉은 화려하지만 허세와 허당끼로 가득찬 두목 장사정을 중심으로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린다.
김남길은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 ‘모던보이’ ‘미인도’, 드라마 ‘상어’ ‘나쁜남자’ 등에 출연했다. 작품 속 캐릭터들은 코믹과는 거리가 먼 진중하거나 잔인한 역할이 많았다. 장사정은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힘을 빼고 연기한다는 게 어떤건지 알겠더라고요. 메소드 연기라고 칭찬해주시니 감사하죠. 원래 성격이 영화 속에 잘 표현된 것 같아요(웃음). 사실 군대로 인한 공백 이후 딜레마에 빠졌어요. ‘상어’ 때였죠. 오랜만에 연기를 하다보니 억지로 표현하고 있다고 느꼈죠. 드라마 제작 특성상 촬영 중간에 쉬고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서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해적’ 출연 제의를 받고 가볍게 즐기면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김남길은 즐기면서 하지 않았다. 영화를 찍으면 찍을수록 ‘가볍게 즐기면서 연기했다가는 패착이 될 것’이라고 절감했다. 김남길이 내린 결론은 코미디도 느와르나 다른 드라마처럼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와! 진짜 연기에 소질이 없나라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그동안 배우생활을 꾸역꾸역 버텨왔다는 생각도 했죠. 장사정을 연기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어떻게 돌파구를 찾아야할까. 2개월 정도 고민한 것 같네요. 유해진 형이나 박철민 형, 이경영 선배님, 모든 형들이 제가 흔들릴 때마다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해진이 형은 ‘너 혼자 고민해. 지금은 영화에 집중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실 현장에서 많이 이끌어주셨죠. 그러다 언젠가 깨달았어요.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결론은 초심이었죠.”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것이 김남길 내면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장사정 캐릭터에서 자신의 본모습과 비슷한 부분을 찾아 편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장사정과 사람 김남길의 싱크로율을 높여갔다.
“사실 우는 연기보다 웃는 연기가 더 어렵다고들 하거든요. 그저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 본격적으로 코미디 장르 영화에서 코믹연기를 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코믹연기가 갖는 진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봤죠. 형들이 그러더라고요. 가볍게 해서는 안된다고요. 목소리 톤에 대해서는 산적이니 기본적으로 유쾌한 톤을 유지해야하지만 무거울 때와 가벼울 때를 구분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해줬죠.”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연기를 하자고 다짐했어요. 그래서일까요? 요즘 연기하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해적’이 제 연기 인생에 터닝포인트 같은 느낌이에요.”
김남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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