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한 한국감정원은 운영 과정에서 미비점을 드러냈고, 한국감정평가협회는 감정평가사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관련자 문책 조치를 받았다.
◆감정평가사 최고 14개월 업무정지, 법인 과징금·경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감정평가사징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이 같은 처분을 정했다고 30일 밝혔다.
국토부는 감정원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 결과 4개의 감정평가가 모두 부적정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징계위는 4명의 감정평가사가 적용법률·평가방법·사례선정·시점수정·품등비교 등에서 감정평가 관련 법령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심의했다.
이에 따라 세입자 측 나라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는 1년 2개월, 제일감정평가법인 소속 감정평가사는 1년, 시행사측 미래새한감정평가법인 측 감정평가사는 1개월, 대한감정평가법인 측 감정평가사는 2개월을 각각 의결했다. 국토부는 의결 내용대로 행정처분했다.
양측 징계 수준이 차이나는 이유는 세입자 측이 감정평가 시 노후 공동주택 사례 선정과 과소평가한 품등비교로 지나치게 낮은 감정가를 산정했다는 게 징계위 판단이다.
세입자 측 감정가는 2009년 9월 나라법인 토지만 평가한 금액(1조600억 원)과 2009년 용산구청이 입주자 모집 승인한 임대료 수준(1조2000억 원)과도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해당 감정평가법인인 나라·제일법인에 대해서는 각각 2억4000만 원과 1억70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래새한·대한법인은 엄중 경고 조치했다.
감정평가사 부실평가로 해당 법인까지 징계를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당초 업무정지까지 예상됐지만 과징금과 업무정지 제도가 같이 있는 경우 과징금 조치가 매출의 3분의1가량의 손실을 입는 등 실질적으로 더 큰 징계 효과가 있다는 게 국토부 판단이다. 경고 처분을 받게 된 두 개 법인도 약 5억~15억 원가량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국토부는 예상했다.
국토부 부동산평가과 관계자는 “감정평가사는 징계위에서 심의·의결하고 법인은 국토부가 자체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다”며 “감정평가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얼마나 제대로 했는지 또는 직접 사주가 부실 감정평가에 관여한 것이 있는지를 검토해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감정원·협회 문책 조치, 내달 말 부실평가 근절 대책 발표
국토부는 또 지난 14~16일 감정원과 협회를 대상으로 부실 감정평가와 타당성조사 과정 문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업무처리를 부적정하게 수행한 관련자 문책을 요구했다.
감정원의 경우 타당성 조사를 위한 심의위원회 구성 시 심의위원 3명을 배제했다가 다시 포함시키고, 규정에도 없는 쪽지투표를 하는 등 타당성 재심의 진행 과정에도 미숙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 최종 투표는 참석 대상 위원 전원이 참석해 심의·의결하는 등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봤다.
협회는 국토부가 위탁한 감정평가사 교육 관리와 지도·감독을 소홀히 하고 징계대상자를 경미하게 처벌하는 등 감정평가사 책임성 약화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협회 자체 규정에 따라 의무연수(연간 15시간) 미이수자는 다음 해 법원 감정인 추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데 이들을 법원에 추천했다. 2012년 업계 자체 지도·감독 후 부실 감정평가 24건을 발견해 국토부에 자체 징계처분 할 것을 보고하고도 아직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국토부는 이번 한남 더 힐을 계기로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 다음 달 말까지 부실평가 근절대책을 마련·추진키로 했다. 지난달부터 학계·연구원·감정평가사·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부실평가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대책반’을 운영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부실 감정평가는 징계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며 “감정평가 업계 스스로의 변화가 중요한 만큼 자정노력과 교육 및 심사 강화 등 부실평가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