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2차대전 종전 69주년] 전세계 드리운 신냉전 그늘…미국에 도전하는 중국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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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1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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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효곤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이광효ㆍ배인선 기자=1945년 8월 15일. 우리나라가 일제에서 해방된 광복절임과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이기도 하다. 2차대전에서 ‘동맹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종전 후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제창하는 ‘적대국’으로 맞서며 전 세계에 냉전이 시작됐다. 한국전쟁, 월남전, 쿠바 미사일 위기 등 사건을 겪으며 40여년간 이어온 냉전체제는 1991년 구소련 해체와 함께 종식되며 전 세계는 탈냉전 시대에 진입한 듯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의 수퍼파워 지위가 약해진 틈을 타 중국, 러시아 등이 부상하며 각국간 패권을 둘러싼 신 냉전의 그림자가 또 다시 전 세계에 드리우고 있다.

지난 6월 6일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개최된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 출처: CNN 동영상 캡쳐]


▲경제전쟁으로 확산되는 서방-러시아 충돌

현재 신냉전 시대의 도래를 초래한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국들과 러시아와의 충돌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지난해 11월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 등과의 경제 관계 발전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준비를 잠정 중단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야권의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고 결국 이는 올 2월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대통령의 실각으로 이어졌다.

이어 올 3월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자치공화국이 러시아로 합병되자 미국 등 서방국들과 러시아와의 갈등은 ‘벼랑 끝 기싸움’으로까지 치달았다.

결국 미국과 EU는 러시아 경제의 숨통을 조이기 시작했고 러시아도 보복에 나서면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국들과 러시아의 대립은 경제 전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러시아의 보복 조치에 EU와 미국이 다시 추가 제재를 가하면 제재의 악순환 사태가 벌어져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는 것.

지난달 29일(현지시간) EU 28개 회원국 대표들은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금융, 방위, 에너지 등 러시아 경제 주요 부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경제 제재안에 합의했다.

합의된 제재안의 주요 내용은 △러시아 정부가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은행은 유럽 금융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을 팔지 못함 △러시아에 대해 무기 금수 조치 취함 △심해 시추, 셰일 가스, 북극 에너지 탐사 기술 등 민간 산업과 군사 부문에 동시에 사용될 수 있는 기술의 러시아 수출 금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러시아의 에너지, 방위, 금융 분야에 대한 제재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러시아는 제재국산(産) 농산물 등의 수입 금지로 반격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러시아 개인·법인에 경제 제재를 가했거나 동참한 국가에서 생산된 농산품, 원료, 식품의 수입을 1년 동안 금지·제한한다”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7일 내각회의에서 EU, 미국, 호주, 캐나다, 노르웨이 등에서 생산된 일련의 식품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는 정부령에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금수 조치 목록에 포함된 국가들을 대신할 우선 대체 공급국들을 선정하는 등 후속 조치도 서두르고 있다.

니콜라이 페도로프 농업부 장관은 9일 자국 TV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일과 채소 공급이 유력한 국가는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등이고 터키, 이란, 세르비아 등도 고려되고 있다”며 “칠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에콰도르, 페루 등의 남미 국가들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EU와 미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모스크바 주재 EU 대사 비가우다스 우샤츠카스는 7일 “수입 금지 조치는 러시아의 명성을 떨어트릴 뿐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어긋난다”며 “러시아를 상대로 WTO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EU 전문가들이 검토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EU는 남미 국가들에 농산물을 러시아에 수출하지 말 것을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의 발을 묶고 러시아 국민이 식품을 구할 기본 권리마저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첫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 신화사 ]


▲ 미국 '수퍼파워'에 도전장 내민 중국

최근 미얀마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동아시아 지역을 둘러싸고 미·중간 기 싸움이 벌어졌다. 종전 후 미국 주도의 기존 역내 질서의 재편을 시도하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간 대립으로 동아시아에도 격랑이 일고 있다.

중국의 힘은 아시아 곳곳에서 분출되고 있다. 일본과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명 센카쿠열도)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을, 필리핀·베트남과도 남중국해에서 해군기지, 석유시추 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분쟁을 벌이며 일촉즉발의 무력 충돌을 불사하고있다. 미국·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대항마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위한 아시아 역내국가 단합도 모색 중이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세에서 벗어나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주동작위(主動作爲)의 적극적인 외교행보를 보이며 미국에 당당히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커져가는 경제·군사력을 바탕으로 힘을 키우고 있는 중국이 미국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시아로 재균형 전략 카드를 꺼내들고 지난 4월엔 아시아 지역을 순방해 중국에 견제구를 날렸다.

하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않고 미국 앞마당인 남미에서도 과감한 외교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브라질에서 열린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정상회의에서 미국 주도 세계 금융질서에 대항하는 중국 주도의 브릭스개발은행 설립을 선언했다. 대표적 반미국가인 베네수엘라, 쿠바도 방문해 미국을 자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 유럽연맹(EU)등 서방국가와 적대관계에 놓인 러시아와는 최고의 밀월기를 구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외교력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은 이미 시리아 사태에서 외교적 과오를 범했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중동 지역의 늪에서도 헤어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도 속수무책으로 지켜봤다.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에 회의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미·중 양국이 기존 세력과 신흥세력이 충돌해 파국에 이르는 이른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양국간 무력 충돌 결과는 자명한만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달 초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시진핑 주석도 "중미 충돌은 재난과도 같다"며 양국간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다만 영유권·인권·사이버 안보·금융·무역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서 양국이 해법을 찾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G2간 힘겨루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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