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비밀의 문', 재미있기는 한데…좀 더 친절할 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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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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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비밀의 문' 한석규 이제훈 [사진 출처='비밀의 문' 공식 홈페이지]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또?” 영조와 사도세자냐고 울컥할 수도 있겠다. 아들을 죽인 비정한 아비인 영조와 귀주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조선 왕조 500년 역사 중 유독 사극에 자주 등장하니 말이다. 하지만 친숙한 이야기에 ‘궁중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이라는 새 옷을 입은 SBS 새 월화드라마 ‘비밀의 문-의궤 살인사건(극본 윤선주‧연출 김형식)’을 보고 나면 다 아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어느새 다음 방송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비밀의 문’은 왕세제 이금(한석규)이 김택(김창완)을 필두로 한 노론의 압박에 못 이겨 ‘맹의’에 수교한 뒤에야 왕위에 오르는, 모멸감 가득한 영조(한석규)의 모습으로 그 문을 열었다. 영조에겐 “내 발목을 잡는 망할 놈의 문서”이고 노론에겐 “왕권을 위협하는 강력한 무기”인 맹의를 두고 벌어지는 치열한 공방전이 초반부의 주된 내용이었다.

‘비밀의 문’ 후반부를 장식한 것은 영조의 선위(임금의 자리를 물려줌) 파동이었다. 영조는 실제로는 그럴 마음이 없으면서도 신하의 충성심을 저울질하고, 왕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선위 카드를 남발했다. 이날 영조는 “선위하겠다”고 9번이나 말했는데 때마다 다르게 표현하는 한석규의 연기는 첫 방송의 하이라이트였다. 안부를 묻듯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지기도 했고, 밥상을 뒤엎고 동물처럼 울부짖었다가, 비열하게 이죽거렸고, 애처럼 울기도 했다. 아들 이선이 5살 때부터 무려 15년간 선위 카드를 남발한 영조와 그때마다 “선위할 뜻을 거두어 달라”며 울부짖는 왕세자 이선의 교차 편집은 놓쳐서는 안 되는 명장면이었다.

‘세책(돈을 주고 책을 빌려보는 일)’이라는 소재도 시청자의 구미를 당겼다. 법을 어기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세책 현장과, 국가의 눈을 피해 지하 공방에서 책을 만드는 장면이 그랬다. 삼삼오오 모여 받아쓰기하듯 책의 내용을 받아 적고 실로 묶어 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빠르게 보여줬다.

연출과 연기, 시나리오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졌지만 ‘비밀의 문’은 친절한 작품은 아니었다. ‘세책 : 돈을 주고 책을 빌려보는 일’이라는 자막은 배우들이 “세책”을 6번이나 말하고 나서야 화면에 보인 탓에 시청자는 뜻도 모르는 ‘세책’이란 단어를 5번이나 참아내야 했다. ‘비밀의 문’ 첫 대사였던 김택의 “맹의에 수교를 하십시오”도 마찬가지였다. ‘수교’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것은 그 뜻이 자막처리 되지 않아 검색을 통해 궁금증을 풀고자 했던 시청자가 그만큼 많았음을 방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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