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한밤중 자신의 집에 무단침입한 이웃을 흉기로 수차례 찌른 50대 집주인이 '살인미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성지호 부장판사)는 갑자기 자신의 집에 들어와 폭행을 행사한 이웃 이모(66) 씨를 흉기로 세 차례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된 김모(56) 씨에 대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서울의 한 아파트에 사는 김씨는 지난 7월 4일 오전 2시께 잠을 자려고 누워 있다가 갑자기 이씨가 열린 현관문으로 자신의 집에 들이닥쳐 폭력을 휘둘렀다.
이는 전날 밤 김씨가 아파트 상가 근처에서 술을 마시며 큰 소리로 욕설했는데, 당시 건너편에 있던 이씨가 이를 듣고 자신을 향해 욕을 한 것이라고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김씨는 집안에서 이씨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식탁에 있던 칼날 12㎝짜리 흉기를 집어들어 휘두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손으로 흉기를 막다가 오른팔을 한 차례 찔렸으며 김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어깨와 옆구리 등을 두 차례 더 찔렀다.
김씨는 이씨가 피를 흘리며 쓰러지자 싸움을 멈추고 119에 신고했으며, 119의 통보를 받고 함께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가 없었으며 이씨의 폭행을 방어하기 위해 흉기를 든 것이라며 자신의 행동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획이나 살인의 의도가 있어야만 살인죄가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망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한 경우에도 해당한다"며 "김씨는 자신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나 위험이 있었음을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방위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씨의 행위가 일방적이고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이씨에게 보복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피해자인 이씨에게도 다소 책임이 있고 김씨가 먼저 구조요청을 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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