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SK의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주목받았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서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업 추진을 위해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콘티넨탈'과 진행한 합작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합작사 설립이 2년이나 지났지만,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해서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콘티넨털과 51대 49의 지분 투자를 통해 설립한 'SK 콘티넨털 이모션(SCE)'을 이사회 승인을 거쳐 해체할 방침이다. 합작사가 보유했던 SCE 한국법인 지분 258만여주는 144억800만원에 인수할 예정이다.
애초 SK이노베이션은 합작사를 통해 배터리 셀을 공급하고, 콘티넨털은 배터리제어시스템을 공급하며 배터리팩시스템을 개발 및 생산할 예정이었다. 양사는 합작사 설립 당시 2018년까지 관련 사업에 총 2억7000만 유로(약 4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 콘티넨탈과 기대했던 시너지를 내지 못해 합작사를 해체하기로 했다"면서 "합작사를 해체하더라도 단독으로 유럽 업체들과 공급처를 타진하는 등 현지 배터리 사업은 지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합작사업 철회로 SK이노베이션은 유럽 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한발 물러서게 됐다. 그러나 전기차 배터리 분야는 SK가 지난 수년간 심혈을 기울인 신사업인 만큼 쉽게 정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향후 기존 고객사와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가 70달러대까지 떨어지는 등 하락 장기화가 예상되자 일각에서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확대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기아차 레이EV와 쏘울EV의 국내 판매량은 올 들어 9월까지 473대가 판매되는 데 그쳤다.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 BESK 테크놀러지'를 통해 공급된 배터리도 올 들어 2000여대 분량에 불과했다.
여러 악재 속에서도 SK이노베이션은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의 배터리 팩을 얹은 첫 양산형 전기차 '센바오'가 출시될 중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센바오 전기차는 내년부터 중국 현지에 시판될 예정이다.
베이징자동차를 통해 판매할 센바오 전기차는 합작사의 37.5KWh급 배터리 팩을 탑재한 첫 전기차 모델로, 시속 160km의 최고속도를 내며 최대 200km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특히 고용량 양극재를 적용해 기존 배터리보다 30%가량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내년 중국 시장에 최소 5000~8000여대 분량의 배터리를 추가로 공급할 예정"이라며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의 공급 규모를 2017년까지 2만대 분량으로 확대, 중국 내 1위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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