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주은 기자 = 모두가 밴 헤켄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행여나, 혹시나 했다. 다행히 그가 호명됐을 때 안도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응당 받아야할 선수가 받는 상이었지만 2012년의 그 사건 때문에 이번 밴 헤켄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뜻 깊다.
시간은 2년을 거슬러 2012년 골든글러브 시상식. 골든글러브 투수부문에는 당시 넥센의 브랜든 나이트와 삼성의 장원삼이 경쟁이었다.
나이트는 208.2이닝 16승 4패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다. 반면 장원삼은 157이닝 17승 6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다. 나이트는 이닝에서 무려 51.2이닝을 더 던졌고 평균자책점은 1.35나 낮았다. 장원삼은 고작 1승이 많았고 팀이 우승을 했다는 점을 제외하고 전혀 앞서지 못했다.
그럼에도 골든글러브는 장원삼에게 돌아갔다. 무려 팀을 위해 51.2이닝이나 더 던지면서도 더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단지 외국인 선수였기에 기자단은 장원삼에게 표를 던지지 않았다. 명백한 외국인 선수 차별 투표였고 한국 야구 역사에 남을 부끄러운 투표였다. 야구를 보는 상식적인 선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투표에 팬들은 분노했지만 결과가 바뀔리는 없었다.
다행히 2년 후에는 무려 20승을 기록하고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한 ‘외국인 투수’ 밴 헤켄이 별 이견 없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승의 임팩트와 함께 팀이 다행히 준우승까지라도 차지한 것이 컸다. 게다가 다른 후보들도 밴 헤켄에 미치지 못한 점도 컸다.
가장 큰 것은 아마 기자단 내에서의 자성의 목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2년전 사례를 통해 워낙 비난 여론이 컸기에 이번에는 정당한 투표를 하자는 여론이 힘을 얻었을 것. 결국 이번 밴 헤켄의 수상은 ‘외국인 투수 선배’ 나이트가 닦아 놓은 길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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