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리카싱 '홍콩 엑소더스'…'묘수'인가 '악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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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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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싱 청쿵 그룹 회장. [사진 = 중국신문망]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최근 중화권 자본시장을 들썩이게 만든 소식이 있다. 홍콩을 대표하는 아시아 최대 부호이자 포브스 선정 세계 20위 슈퍼리치 리카싱(李嘉誠) 청쿵(長城) 그룹 회장의 '홍콩 엑소더스'가 그것이다.

리카싱 회장은 청쿵 그룹 산하 회사들을 합병해 부동산 사업(CK 홀딩스)과 비부동산 사업(CKH 홀딩스) 지주회사로 재편하는 사업전면개편 방안을 깜짝 발표했다.

논란이 된 것은 영국령 '케이맨 제도'로의 그룹 본사 이전 계획이다. 이는 그간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리 회장의 중화권 자본 철수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 회장은 몇 년 전부터 '셀(sell) 차이나'에 속도를 내왔다. 중국내 자산처분 및 해외확장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중국과 홍콩시장을 완전히 떠날 수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하나의 중국, 두 개의 제도)를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 행정부의 고집스런 원칙주의 하에 홍콩의 자본주의 체제가 중국 밑으로 휩쓸려가는 모습이 철저한 홍콩 자본가 리카싱의 불안감을 자극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자본시장은 치열한 바둑∙장기판과 같다. 한수에 승패가 갈린다. 바둑에서 승부를 결정짓는 것은 묘수(妙手·절묘한 수)가 아니라 패착(敗着·두어서는 안될 자리에 바둑돌을 놓아 결과적으로 그 판에서 지게 된 아주 나쁜 수)에 있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수를 많이 둔다 해도 악수(惡手) 하나에 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정치, 사회, 경제를 막론하고 '관시(關係∙인간관계)'가 성공의 결정 요소로 작용하는 사회다. 이는 다시말해 중국에서 신뢰를 쌓기도, 한번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도 어렵다는 의미다. 정의(義)를 이익(利)보다 중시한다는 시 주석의 주변국 외교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중국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과의 관시를 버리고 실리를 택한 리 회장의 이번 결정이 성공을 가져다줄 묘수가 될 지 패착으로 이어질 악수가 될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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