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창업 지원은 금융권의 주요 책무로 부각됐다. 최근에는 핀테크도 금융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금융권은 물론이고 정부와 학계 차원에서도 창업시장 및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23일 만난 정유신 서강대학교 교수 역시 누구보다 창업시장 및 핀테크 활성화 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고 있었다. 금융투자업계의 베테랑인 정 교수는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역임하며 벤처 도우미 역할까지 했었다. 그리고 이제 학자로 변신한 그는 풍부한 이론과 경험이 담긴 조언들을 전달했다.
◆"창업시장 성장하려면 M&A 활성화 필수"
정 교수는 국내 창업 환경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일단 제도적으로는 모두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되고, 코넥스 시장과 성장사다리펀드도 조성됐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 창업의 질을 꼽았다. 정 교수는 "창업의 양도 중요하겠지만 질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생계형 창업이 아닌 똑똑한 창업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더 많은 유능한 청년들이 구직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라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면 한다는 바람이다.
물론 무턱대고 창업을 독려해서만 될 일이 아니다. 펀딩을 통한 자금 지원도 중요하지만, 정 교수가 특히 강조한 것은 바로 '엑시트', 즉 '회수'가 얼마나 잘 이뤄지느냐다. 그리고 회수가 원활히 이뤄지기 위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 인수·합병(M&A) 활성화다.
그는 "회사를 설립하고 성장시켜 코넥스 시장에 가는 것도 좋겠지만, 그 이상으로 필요한 게 M&A"라며 "유망한 기업이 좋은 가격에 M&A된다면 기업인과 투자자 모두 윈윈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창업 환경에서는 벤처기업인과 금융인 간 관계가 안 좋을 수밖에 없다"며 "좋게 만나 좋게 헤어져야 하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선 M&A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중소·중견기업 만들기 급선무"
실리콘밸리의 성공요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이유도 M&A가 활성화 된 덕분"이라며 "엔젤투자도 중요하지만 M&A 시장이 잘 발달됐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록 매출이 크게 나지 않아도 구글, 야후 등 글로벌 기업들이 유망 벤처기업의 수익모델을 사기 때문에 실리콘밸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에서도 글로벌 중소·중견 기업이 탄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 현대차 등 세계적인 대기업들이 한국에도 있지만 글로벌 부품업체가 없다는 사실에 대해선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를 비롯해 언론 그리고 모든 국민에게 생각의 전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즉, 중소·중견기업 및 기업인들에 대해 한국 사회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게 정 교수의 견해다. 그는 "중소·중견기업을 강한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화두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던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중견기업의 공동화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대기업에 문제가 생길 경우 이를 대체할 만한 중견기업들을 하루 빨리 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핀테크 성공 위해선 시너지 극대화 모색"
올해 금융권 최대 화두인 핀테크 성공 방안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정 교수는 "핀테크는 '찻잔 속의 태풍'이 아닌 글로벌 이슈"라며 "중요한 건 소비자 효용 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즉, 금융권과 IT업계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하고, 상호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단순히 규제완화만 생각할 게 아니라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게 중요하다"며 "중장기적인 성과만 생각해서도 안 되고, 누가 봐도 지금 당장 효과가 날 것으로 보이는 분야 그리고 그 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분야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젊은층의 소액자금 관리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그는 "현재 금융시장에 기관 자금은 많지만 개인자금, 특히 젊은층의 자금이 없다"며 "젊은층이 많은 돈을 갖고 있진 않지만, 막상 모이면 규모는 상당히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절은층이 소액자금 관리에 소홀하다는 것인데, 그들을 위한 혁신서비스를 핀테크를 통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상공인, 창업인 등을 위한 특별한 영역도 핀테크를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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