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인들이 매년 춘제(春節 음력 설) 전날 밤 온 가족이 모여 앉아 보는 설특집 TV 프로그램이 있다. 중국중앙(CC)TV에서 방영하는 춘제롄환완후이(春節聯歡晩會·약칭 춘완)이다. 춘완은 노래와 춤, 단막극, 코미디, 서커스 등이 어우러진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이다. 매년 섣달 그믐 밤이 되면 많은 중국인이 가족과 함께 이 프로그램을 보며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춘완은 중국 최고 인기프로그램인만큼 매년 방송이 끝난 뒤 갖가지 지적과 비판에 시달려왔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외국 프로그램 표절 의혹, 탁구 비하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고 중국 신문신보(新聞晨報)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춘완에서 선보인 유명 희극인인 펑궁(馮鞏)의 '작은 솜저고리(小棉襖)'라는 제목의 단막극이 일본의 개그콤비 '안잣슈'(UNJASH)의 프로그램을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한국 개그 프로그램 표절 논란도 일었다. 여성 코미디언 2명이 함께 연기한 '희락가(喜樂街)'란 제목의 단막극이 한국 SBS 개그프로그램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극과 극'이란 코너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
중국 법제만보(法制晩報)는 "대사를 한국어에서 중국어로 번역했을 뿐만 아니라 코너의 주제와 출연진의 동작, 배경음악이 매우 비슷했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국민스포츠'인 탁구를 비하하는 단막극은 탁구인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새로운 시도로 눈길을 끄는 코너도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부패와의 전쟁’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부패 문제를 소재로 한 만담(相聲 샹셩)이 등장한 것.
먀오푸(苗阜), 왕성(王聲) 등 산시(陝西)성 출신 코미디언 2명은 부패를 소재로 비리 관료들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이건 모두 내것이 아니야(这都不是我的)’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사전에 산시(陝西)성 기율위원회 고위 관료들이 좌담회를 마련하고 자문에 응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억 명의 중국인 중 6억~7억명이 시청하는 춘완에 부패를 소재로 한 만담이 등장한 것은 그만큼 반부패 투쟁이 중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와 반향이 컸다는 평가다.
하지만 갈수록 식상해지는 프로그램 구성 탓에 춘완이 시청률은 매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특히 올해 춘완 생방송 시청률은 28.37%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식 시청률이 집계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성적이다. 춘완 시청률이 30%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시청률은 30.98%(시청자수 7억4000만명)였다. 춘완 시청자 수도 6억9000만명으로 처음으로 7억명 아래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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