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에도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휘발유가격 하락 폭은 크지 않다. 주유소 휘발유 값의 60% 이상이 세금이기 때문이다.
휘발유 1ℓ값에는 원유관세, 수입부과금,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6가지 세금이 900원 넘게 붙어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92년 6월 주유소 휘발유 값은 ℓ당 610원이었다. 정유사의 공장도가격 222.65원에는 원유관세와 석유사업기금이 포함됐고, 여기에 특별소비세(289.45원)와 부가세(55.45원)만 유류세로 붙었다.
정부는 1994년 1월1일부터 휘발유·경유에 특별소비세 대신 교통세를 걷기 시작했다. 세금을 10년 동안만 도로와 지하철 등 교통시설 확충하는 데 쓰겠다며 2003년 12월31일이면 자동 폐지되는 '교통세법'을 만든 것이다.
초기 교통세법은 휘발유 공장도 가격에 150∼190%의 세금을 걷도록 규정했는데, 1996년 법을 개정하면서 ℓ당 345원을 법정세율로 정하고 ±30%를 대통령령으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정부는 국제유가 변동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세금을 걷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셈인데, 이때부터 소비자들은 유가가 하락해도 고정적으로 붙는 세금 때문에 '기름 값이 덜 내린다'고 느끼게 됐다.
또 정부는 1995년부터 석유사업기금 대신 수입부과금을 걷고, 1996년 7월부터 교통세의 15%를 교육세로, 2000년 1월부터는 교통세의 3.2%를 주행세로 추가해 지금처럼 총 6가지 세금이 생겼다.
휘발유에 붙는 교통세는 외환위기 당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며 1998년 1월9일 ℓ당 455원, 5월3일 591원, 9월17일 691원까지 올렸다가 점차 내리는 등 조정을 거쳐 2009년 5월부터 529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주행세 역시 매년 상승해 2007년 7월 교통세의 32.5%까지 올랐다가 2009년 5월부터 26%가 됐고, 교육세는 교통세의 15%로 계속 유지됐다.
이에 따라 지난주 휘발유 1ℓ 평균값(1489.6원)에는 원유관세 약 15원(수입가 3%), 수입부과금 16원, 교통세 529원, 교육세 79.35원(교통세의 15%), 주행세 137.54원(교통세의 26%), 부가세 135.91원(세후 가격의 10%) 등 총 912.8원(61%)의 세금이 붙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면서 세금이 많다고 불평은 하지만 차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이런 세금을 내지 않을 도리가 없다. 2013년 국세수입에서 교통세(13조2000억원)의 비중만 6.6%를 차지하는 등 워낙 큰 금액이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한다.
앞서 정부는 2003년 말 폐지될 예정이었던 교통세법을 "안정적인 투자재원 확보가 필요하다"며 3년 연장했다. 2007년에는 "에너지·환경 분야에도 세금을 쓰겠다"며 법명을 교통에너지환경세법으로 바꿔 또 3년 연장했다.
이후 2010년과 2013년에도 3년씩 연장하는 등 총 4차례, 12년을 연장해 올해 12월31일 법이 폐지될 예정이다.
정부는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5번째로 연장하거나 영구법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아니면 특별소비세의 명칭이 바뀐 개별소비세로 편입하거나, 탄소세 같은 신법을 제정하는 등의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8월 중순 세법 개정안 발표 전에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연장 여부 등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