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삼성물산은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민원인을 감시·미행한 사건과 관련해 책임자를 보직 해임했다.
삼성물산은 16일 최치훈 사장 명의로 블로그(http://samsungblueprint.com)에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최 사장은 이 글에서 "저희 임직원들이 주주총회 준비과정에서 민원인 동향을 감시하는 매우 잘못된 행동을 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민원인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 회사 일로 물의를 빚고 심려를 끼쳐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삼성물산은 바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 이 사건의 책임자인 주택본부장을 보직 해임 조치했다"고 전했다.
최 사장은 "앞으로 철저히 진상을 확인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 고객만족(CS)팀 직원들은 삼성 계열사 주총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 길음동 삼성래미안 아파트에 사는 민원인 강모(62)씨를 감시·미행하는 등 사실상 민간인 사찰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CS팀 직원 27명이 모인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당일 오전 6시13분 '(민원인의) 세대 불이 아직 안 켜져 있음'이라는 메시지부터 시작해 오전 6시46분 민원인 집에 불이 켜졌다는 내용과 '첫 발견자는 착용 의복 등을 공유 바란다'는 등의 메시지가 잇따라 올라왔다.
또 오전 7시44분 '하얀 점퍼, 검은 바지, 흰 운동화' 차림으로 걸어가는 민원인 사진이 올라왔고, '오전 8시40분쯤 (주총이 열린) 양재동 aT센터 도착 예상'이라는 메시지가 이어졌다.
직원들은 민원인의 이동 경로를 자세히 보고하고 주총장까지 가는 상황을 중계하듯 카카오톡 메시지로 공유했다. 삼성물산은 민원인 자택 주변과 주총장에 직원 3명씩을 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는 삼성래미안 아파트에 입주한 뒤 주차장 소음 문제로 5년간 삼성물산에 민원을 제기하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과거에도 민간인 미행 문제로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2012년에는 삼성물산 감사팀 직원이 대포폰 등을 이용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검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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