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영일 기자 =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신세계·현대·AK플라자·갤러리아 등 이른바 ‘백화점 업계 빅 5’가 오는 4월 3일부터 일제히 봄 정기세일에 돌입한다.
세일 기간은 신세계백화점이 14일이며, 롯데 등 4개 업체는 모두 4월 19일까지 17일 동안이다. 한 달의 절반 이상 행사를 벌이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백화점 세일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과 불신은 끊이질 않았다. 우선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할인 행사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크다. 실제로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 등 3개 업체의 평균 세일 기간은 102일에 달했다.
이들 3개 백화점의 평균 세일 기간은 2010년 78일, 2011년 85일이었다. 2012년에는 처음으로 100일을 넘어 101일을 기록했다.
각 업체별로 규정한 세일의 횟수, 기간은 달랐지만 90일 가운데 평균적으로 35일만 할인 행사 없이 정가대로 판매된 것이다.
세일은 백화접 입장에서 '1석3조'의 효과를 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할인 행사를 벌이면 마진이 적더라도 입점 브랜드들로부터 판매 수익 수수료를 더 챙길 수 있다. 사은품으로 나눠주는 자사의 상품권으로 매출 외형도 키우고 비 세일 기간 고객 방문도 유도한다. 가격이 비싸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줄이고 백화점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세일 행사를 통해서만 거둬들일 수 있는 것이 많다보니 백화점 마케팅 담당자들이 머리를 쓰지 않고 손쉬운 방법에 치중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성화된 세일 행사는 고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올해 초 롯데·현대·신세계의 신년 정기 할인 행사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1%대에 그쳤다. 롯데백화점 매출은 지난해보다 0.5% 늘었고, 현대·신세계백화점도 각각 1.4%, 1.1%씩 증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신년 세일 매출 신장률(롯데 10.6%·현대 6.1%·신세계 3.8%)과 비교하면 급감한 것이다.
게다가 백화점 업체들의 세일 꼼수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백화점과 참가 브랜드들이 가격을 처음부터 높게 책정한 뒤 세일하는 ‘가격 거품’이 대표적이다. 신상품을 표방하는 제품이 할인 품목에 포함되어 있다면 정찰 가격은 처음부터 무시된 것이다.
게다가 시간(기간) 한정이나, 물량 한정 등 희소성을 내세워 소비자의 충동구매를 부추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버젓이 해당 상품이 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경우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은 "가격 거품을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경제적 소비를 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하는 식의 마케팅은 문제이다"며 "세일 등 가격 할인 방법으로 단기적인 매출 상승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이를 지나치게 자주 활용하면 자승자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잦은 할인 판매는 기업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가격 저항을 불러일으켜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들의 자조 섞인 하소연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백화점이 연중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어 점점 아울렛화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라며 “평소 백화점에서 정상가대로 물건을 사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말에 부끄러운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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