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루프트한자 제공]
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부기장의 우울증 병력이 드러나면서 조종사 자격 요건 강화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종실 2인’ 규정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자격심사 과정에서 심리 이상 조종사를 걸러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우울증 병력자의 ‘낙인찍기’로 변질돼선 안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프랑스 검찰은 저먼윙스 부기장인 안드레아스 루비츠(28)가 기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조종실 문을 잠그고 고의로 하강 버튼을 누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NYT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규정 도입보다 현재 신체적 요건에 집중돼 있는 조종사 자격 요건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의학·심리학자 레이드 멜로이는 “현재 미국에서 40세 미만 조종사는 연 1회, 40세 이상 조종사는 연 2회 건강진단을 받고 있다”며 “대중의 안전과 연관된 사람에 대한 자격심사로서는 굉장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검사는 신체요건에만 집중돼 우울증 등에 대한 심리 검사는 단순한 질문에만 그치는 점도 지적했다.
게다가 이 검사는 조종사가 자발적으로 자신의 증상을 털어놓는 체계여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NYT는 전했다. 일종의 ‘낙인’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의 증상을 털어놓을 사람은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라리 검사를 허위로 받을시 부과되는 25만 달러(약 2억7670만원)의 벌금을 택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과 제도가 비슷한 유럽에서는 정신질환을 앓는 조종사가 개별적으로 외부 의사를 찾아가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미국과 달리 독일의 경우 건강에 문제가 있더라도 의사가 회사에 통보할 의무가 없어 사실상 회사가 조종사의 건강상태를 자세히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추락사건 여파로 우울증 병력 자체가 일종의 ‘낙인’으로 여겨져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영국 왕립정신의학학회 사이먼 웨슬리 회장은 “우울증을 앓았다는 이유로 조종사가 영원히 비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는 우울증 병력이 있는 사람에게 낙인을 찍는 일이며 이는 사건의 근본적 해결이 아닌 잘못된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우울증 병력이 있는 조종사는 영국에서만 약 100명가량이며 이 중 42명은 치료를 받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유럽에서는 치료제로 우울증 증상이 가라앉았거나 증상이 사라진 지 4주가 넘었을 경우 조종사가 비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신병력자 여객기 조종 자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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