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중국 증시가 과열되면서 7년여 만에 '4000선 시대' 재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와는 달리 실물경제는 성장 둔화의 탈출구를 찾지 못해 향후 추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 거시경제 전문가 런쩌핑(任澤平) 국태군안(國泰君安)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경제는 입동, 증시는 입춘'이라는 말로 이 같은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향후 중국 경제와 증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고 관찰자망(觀察者網)이 9일 보도했다.
런 애널리스트는 첫 번째 가능성으로 경제성장률은 급락 후 횡보하는 L자형을 보이고 증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을 제시했다. 실제로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가 '바오치(保七) 시대'를 선언하며 올해 연 7%의 경제성장률 유지를 목표로 제시했으나 이 또한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는 경제가 하락한 이후 다시 되살아나는 U형 성장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부양책 하에 조건부적으로 불마켓을 이어간다는 시나리오다. 통화정책 완화와 정책적 보너스를 통해 성장률이 살아날 경우 증시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장기적 불마켓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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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제시된 시나리오는 중국이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빠지면서 베어마켓(약세장)으로 회귀하는 가장 비관적인 시나리오다.
'중진국 함정'은 개발도상국이 저임금과 수출 주도 정책을 바탕으로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성장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경착륙 우려와 함께 중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을 최대 요인으로 거론돼 왔다.
런 분석가는 이들 3대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을 3:5:2의 비율로 전망했다. 즉, 중국 정부의 지속적 부양책 마련 하에 실물 경기가 안정적 성장을 이어갈 경우 진정한 불마켓 시대로 돌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런 분석가는 이어 "중국증시에서 연출되고 있는 초대형 강세장은 특정 산업과 기업주의 급등에 따른 구조적 강세장도 아니고, 약세장으로 돌아설 가능성은 더더욱 없다"는 말로 중국 증시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점쳤다.
중국 증시는 8일 장중 한 때 4000.22를 기록했다. 상하이증시가 4000을 보인 것은 2008년 5월 이래 처음이다. 부진한 경제지표에도 중국 증시가 이처럼 강세를 띄고 있는 것은 경제회복에 대한 신뢰감, 정부의 전면적 개혁, 풍부한 유동성, 완화적 통화정책, 중소 상장사 실적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중국의 실물 경기는 올 들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올 1~2월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8%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2월(5.7%) 이후 약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제조업 경기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3월 49.2(잠정치)를 기록해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러한 신호를 감지한 듯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 금융, 인프라,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기부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8일에도 경기부양을 위한 ‘세 개의 화살’을 쐈다. 이는 기업의 세금 부담을 경감해주기 위한 것으로 행정사업 수수료 면제, 석탄을 원료로 하는 화력발전세와 철광석에 징수하는 자원세 인하 등이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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