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국제유가로 여겨지는데, 한국은 유가 변동성에 대비한 자원 확보전에 취약한 구조다. 특히 최근 자원외교 비리 의혹 등 내부에서 곪아터진 문제로 해외자원개발 동력이 약화될 것에 대한 우려도 높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산유국과 북미 등 비전통 오일 부존국가간 공급 주도권 경쟁이 저유가 사태를 낳고 있다. 저유가는 다시 산유국의 외환위기를 부추기고, 디플레이션 우려로 번지고 있다. 이는 또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인하 등 자국통화의 인위적 평가절하에 나서는 ‘환율전쟁’의 빌미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자원이란 변수로 요동침에 따라 유망 자원 확보를 위한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도 한층 높아졌다.
최근 로열더치셸이 약 700억달러(76조원)에 영국 BG그룹을 인수키로 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세계 경제사에서 손꼽힐 만한 이번 대규모 거래는 천연가스가 핵심인 것으로 분석된다.
BG그룹은 가스 전문기업으로 전체 생산량 중 가스의 비중이 64%인 것으로 알려졌다. BG를 인수한 셸은 2018년까지 연간 4500만톤의 LNG(액화천연가스)를 판매하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회사로 도약할 것이 전망된다.
이번 인수를 기점으로 엑슨모빌의 추가 인수 가능성 등 세계의 자원 확보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한국은 자원비리가 불거져 이를 수습하느라 여념이 없다.
해외자원개발업계는 한국의 자원비리와 관련, 성공불융자 등 제도 악용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며 제도 폐지로 인한 산업 동력이 상실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웅태 에너지경제연구원 자원개발전략연구실장은 “자원개발 사업은 단순하게 수익을 얻는 게 아니라 전문인력 육성 등 역량 강화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감사원에서 추후 방향을 조정하겠지만, 목표 위주보다는 내실화를 위한 장기적인 전략 추진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간발전 및 도시가스업계 등에서는 국내 시장이 천연가스에 취약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례로 최근 산업계는 공장 가동연료로 비싼 천연가스 대신 벙커유나 LPG(액화석유가스) 사용량을 늘려 삼천리 등 산업용 수요가 많은 도시가스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엔 국내 천연가스를 독점 수입하는 가스공사가 장기 계약 등에 얽매여 저유가로 인한 국제가격 하락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SK E&S, GS파워, GS EPS,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 LNG발전 업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전력 비용 최소화를 위해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늘리는 것에 문제제기하고 있다.
미국, 중국 등 셰일가스 개발과 러시아 극동지역 천연가스 공급 전망 등으로 LNG발전 및 화학원료, 수송용‧산업용 수요 증가가 예측되는 가운데 국내 발전부문 LNG 사용량이 급감하면 국가 에너지수급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란 주장이다.
조영탁 한밭대 교수는 “원전과 석탄에 대한 세제가 낮고, 원전보험료가 굉장히 저평가 돼 LNG발전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며 또 “원전과 석탄발전의 송전망을 포함하면 비용이 증가하고, 환경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등 합리적인 전원믹스를 위해 LNG발전과의 비용평가비교를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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