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 '런닝맨' 유병재, 식스맨 아니면 어때? 이미 대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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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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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방송화면캡처]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불안하게 흔들리는 동공으로 바짝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른다. 보통보다 작은 키에 대충 말린 듯한 머리, 아무렇게나 주워입은 옷. 이렇게 평범으로 뭉친 유병재가 내로라할 연예인들 사이에 있을 때, 그는 오히려 새로워진다. 보란 듯이 주눅이 든 표정을 지어 보이고, 하고 싶은 말은 참는 법이 없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보통 대중의 가려운 곳을 긁는다. 직접 집필하고 출연한 tvN 예능프로그램 ‘SNL코리아-극한직업’에서는 연예인에게 수모를 당하는 매니저를 통해 직장인의 애환을 피학적 개그로 승화시켰고, 역시 극본과 주연을 맡은 tvN 드라마 ‘초인시대’에서는 25살까지 첫 경험을 하지 못한 남자에게 주어지는 초능력을 이용해 팍팍한 청춘에게 유쾌한 위로를 건넨다.

MBC 간판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연출을 맡은 김태호 PD가 유병재를 식스맨 후보로 꼽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작가인 그의 범상치 않은 아이디어는 물론 ‘무한도전’이 내세운 평균 이하 정신에도 꼭 부합하니 말이다. 유병재가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탈락했을 때 그의 평범함에 이입하고 위로받았던 시청자의 곡소리가 유달리 컸다.

‘식스맨’이 되지는 않았지만, 유병재는 여전하다. 19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에서도 판에 박히지 않은 새로운 결의 웃음을 안겼다. 지퍼 달린 운동화를 벗는다며 끈을 풀어헤치더니만 “제 신발이 아니라서…협찬은 처음이라서…”라며 우물거리고 원곡자 개리 앞에서 리쌍의 ‘러쉬(RUSH)’를 호기롭게 부르며 구박을 받았다.

“오늘 촬영장에 같이 온 형과 7~8년 전부터 반지하에 살았다. 신월 3동 아파트가 그 형의 여자친구 집이다. 이 아파트에서 형과 여자친구가 동거하는데 나도 거기 같이 살았다. 그런데 그 누나가 중간에 남자가 생겼다. 형과 나는 그걸 알면서도 집을 나가야 하니까 모르는 척을 했다. 두 달 정도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누나가 할 이야기 있다고 했는데 이 형은 모르는 척했다가 결국 그 형과 누나, 새로운 남자친구가 삼자대면했다. 조금 맞았다고 들었는데 그 이후에 쫓겨났다”는 덤덤한 고백은 듣는 사람을 박장대소하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활동 반경이 넓어질 때마다 불안하다. 그가 ‘B급 마이너’ 이미지를 방송물로 씻어 내릴까 봐, 우리가 그의 생경함에 익숙해 질까 봐. 유병재가 주는 낯섦을 오래도록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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