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기가 미국의 대표적 소비재 기업인 나이키의 주가를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3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뉴욕 증시에서 아시아 공급망에 의존하는 의류 및 생필품주들이 일제히 급락하며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739.42포인트 하락한 46,677.85로 마감한 가운데, 다우 지수 구성 종목 중 의류업체 나이키의 하락폭이 가장 컸다. 나이키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 하락하며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가는 2월 말 대비 13%나 급락해, 같은 기간 다우 지수 하락률(5%)을 크게 웃돌았다. 바클레이즈의 애드리엔 이 애널리스트는 나이키에 대해 "중동 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판매 및 공급망 차질이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이러한 사태의 배경으로 '아시아 석유화학 공급망'을 지목했다. 생산 거점 대부분을 해외에 두고 있는 미국 의류 브랜드들의 특성상, 합성섬유 생산과 방적 등 중간 가공 단계가 밀집되어 있는 아시아의 정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아시아의 합성섬유 생산량은 세계 공급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합성섬유 폴리에스테르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의 아시아 가격은 원유 가격과 연동해 급등하며 2년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발 나프타 부족으로 아시아 내 석유화학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 의류업체들의 원가 상승과 생산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물류 대란도 악재다. 미국행 컨테이너선 수송은 동아시아발 태평양 횡단 항로뿐 아니라, 수에즈 운하를 거쳐 미 동해안으로 향하는 노선 역시 핵심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이 항로들이 차단되거나 지연되고 있으며, 그나마 운항될 경우도 글로벌 선사들은 전쟁 할증료를 적용하고 있다. 다우 지수에 포함된 종목은 아니지만 아시아 의존도가 높은 의류 브랜드인 갭(-18%)과 루루레몬(-15%), 언더아머(-12%) 등도 일제히 급락하며 공급망 차질의 직격탄을 맞았다.
석화 위기의 불똥은 의류를 넘어 소비재 전반으로 튀고 있다. 도료 업체 셔윈-윌리엄스(-12%)와 세제·생활용품 대기업 프록터 앤드 갬블(P&G, -10%)이 대표적이다. 세제 원료와 플라스틱 포장재 등 석유 기반 원재료의 아시아 의존도가 높은 미 제조사들로서는 이번 수급 불안이 곧장 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닛케이는 셰일 가스 유래 석화산업이 활발한 미국도 중간재와 소비재 공급망에서는 여전히 아시아 석화 단지에 발이 묶여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신발이나 의류, 세제 등 일상 소비재의 물가 상승 압력이 거세지면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트럼프 행정부에도 점차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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