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감귤에 이름표를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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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4-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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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진순현 기자=“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님의 ‘꽃’이란 시이다.

올해부터 감귤생산실명제가 처음으로 시행된다. 이 제도에 5000여명을 웃도는 농가가 동참을 희망했다. 내년도에는 전 농가로 확산하고 3년차인 2017년도 이후에는 농가 인적사항외에 맛(당.산도)까지 표기할 계획이다.

감귤생산실명제는 감귤 포장상자에 농가 이름, 전화번호, 품종 등을 표기하는 단순한 방식이다.  그러나, 생산농가 본인의 이름을 내걸기 때문에 품질에 자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필자는 감귤생산실명제라 쓰고, 생산농가 의식혁신이라고 읽는다.

단순한 제도이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현행 감귤생산 및 유통에 관한 조례의 보완적 성격을 띠며, 향후 농산물생산이력제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 중심의 생산 마인드를 농가에게 함양시키는 것이다.

2014년산 노지감귤은 말 그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잦은 비날씨로 인한 품질저하, 과잉생산, 경쟁과일인 딸기가 화려한 변신(?)을 통해 소비자를 대거 사로잡음으로써 감귤은 그 어느해보다 힘든 시련을 보냈다.

농가는 농가대로, 행정은 행정대로 저마다 힘든 시간을 보냈고 어떻게 하면 위기의 감귤산업을 일으킬 것인가 하며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시장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데 반해 현실에 안주한 부분은 없었는지, 농가가 공감하는 정책을 펼쳤는지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함께 향후과제에 대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결국 생산농가 각자가 고품질 생산을 위한 선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고 행정은 농가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감귤을 생산하도록 판(제도, 예산)을 깔아줘야 한다. 행정에 대한 농가의 불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리더가 필요하고 리더를 따라주는 팔로우쉽도 중요하다. 자꾸 행정당국만 잘못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명분이 있고 할만 할 시책이라면 다 같이 동참하는 성숙한 의식이 필요하다.

현재 실명제 참여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대상은 선과장 또는 작목반 조직단위로써 6월말까지 농협 명품감귤사업단으로 신청하면 된다. 참여 조직에는 실명제에 필요한 기자재를 보급하며 사후평가를 통해 우수 조직에는 포장상자대 지원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할 계획이다.

필자의 부모도 감귤농사를 짓는다. 2015년산 노지감귤이 대박이 나서 부모님과 같은 3만1000여 농가가 웃는 날을 소망해 본다./제주도 감귤특작과 주무관 김성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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