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살펴봤던 오정세-류현경이 5년 연애에 2년 동거까지 한 익숙하고 편안한 커플을 연기한다면 박종환과 하은설은 미숙하지만 서투른 신생 동거 커플이다. 박환종은 인기 없는 단과 학원 강사지만 설은만 있으면 온 세상이 핑크빛인 남자다. 설은은 이등병처럼 각이 잡혀 있어 더 사랑스러운 여우. 예쁘게만 보이고 싶어 일찍 일어나 민낯 메이크업을 장착하고 트림, 방귀 같은 생리 현상을 숨기기 위해 잔머리도 굴린다.
서로를 존중한다며 존댓말을 쓰지만 “내 국에는 왜 햄은 없고 채소만 있느냐”며 사소한 것으로 투닥거리기도 한다. 서로에 대한 궁금함이 아직 많을 때인데 그중에 특히 궁금한 것은 역시 서로의 몸이다. ‘잠자리를 가지자’는 말이 쑥스러워 ‘빨래 돌리자’는 신호를 만들었는데 눈치 없는 남자는 시도 때도 없이 “빨래 돌리자”고 재촉하면 여자는 “손빨래나 해라”고 응수한다.
출연 분량이 가장 적은 커플이라 가끔 나올 때마다 더 반갑다. 작은 분량으로도 갓 사랑이 피어난 풋풋함과 어색함이 잘 전달된다.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던 하은설은 그간 차분히 쌓은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제41회 학생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던 단편영화 ‘침입자’(박근범 감독)와,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인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에서 주연을 맡아 개성 있고 유니크한 연기를 선보였던 박종환은 안방극장에서도 특유의 사실적인 생활 연기로 어수룩한 30대 초반의 보통 남성을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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