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1979년 1월.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겸 부산은행장은 당시 신입행원이었다. 그가 배치받은 지점은 부산 자갈치시장 근처의 충무동 지점. 하루에도 수십번 자갈치 아지매들이 시장에서 생선을 팔아 번 돈을 입금하러 왔다.
그러던 어느날 유달리 비린내가 많이 나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뿌렸다. 아지매는 볼일이 끝난 뒤 “총각, 돈에서 냄새가 많이 나서 미안하데이, 돈에 붙은 비늘을 턴다고 털었는데 우짜노. 미안하데이, 내일은 정리 잘해서 올게”라며 미안해했다.
순간 '아차'싶었다. 성 회장은 "고객들은 은행 창구너머에 있는 은행원을 전문가, 즉 프로로 바라보는 데 나는 그 순간 감정에 이끌려 프로답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 성 회장은 '진짜 은행원'이 됐다. 일이 많아 자정이 다되도록 야근을 해도 프로의식을 갖고 일을 하니 보람은 더 커졌고, 36년 외길을 걷게 된 동력이 됐다. 지금도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덕목이기도 하다.
성 회장은 충무동 지점에서 1년 8개월 간 근무 후 본점 기획조사부로 옮겼다. 지점으로 발령받았다가도 기획조사부로 네 번이나 배치됐다. 자타가 공인한 '기획통'이 된 것도 이때부터다. 부행장 재직 때도 경영기획본부를 맡아 성장전략을 짰다.
업무가 바쁜 만큼 체력관리는 필수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은 오히려 더 일찍 일어나 해운대 바닷가에서 한 시간 정도 조깅한다. 특히 성 회장은 아내와 함께 운동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했다. 성 회장은 "늘 내조를 아끼지 않는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좋은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성 회장은 파나소닉을 키워낸 마쓰시타 고노스케의 저서 ‘위기를 기회로’를 소개했다. 책에 등장하는 ‘사람이 모든 일의 답이다’라는 문구가 평소 사람을 중시하는 자신의 경영 철학과도 매우 흡사해 흥미롭게 읽었다고 한다. 성 회장은 "리더는 결코 소극적이거나 비판적이어서는 안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선책이 있다는 믿음을 주변 사람에게 심어줘야 한다는 게 와닿았다"고 전했다.
△1952년 경북 청도 출생 △1972년 배정고 졸업 △1979년 동아대 경제학 졸업, 부산은행 입행 △2001년 엄궁동지점장 △2005년 녹산중앙지점장 △2008년 부산은행 부행장 △2011년 BS금융지주 부사장 △2012년 부산은행장 △ 2013년 8월~BS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겸 부산은행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