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서윤 기자 = '카트만두 엑소더스'
네팔 수도 카트만두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주민 23만여명이 이미 이 곳을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교도통신은 경찰의 말을 인용해 “지진 발생 이튿날인 26일에 8만3000명, 27일 오전부터 다음날 오전 사이에 15만3000여 명 등 주민 23만5000여 명이 카트만두를 떠났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 공무원은 “이날까지 카트만두를 탈출한 규모는 카트만두 인구의 약 10%인 30만명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카트만두의 총 인구는 250만여 명이다.
경찰관 제이 바하두르 찬드는 “곧 전염병이 퍼지고 음식과 식수도 동날 것이라는 소문이 카트만두에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진에 따른 추가 피해, 열악한 생활 조건, 치안 불안 등이 카트만두 주민의 탈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팔 정부는 귀향민들을 위해 평소보다 10배 많은 버스 300여 대를 투입했다. 하지만 넘쳐나는 승객들로 차량은 턱없이 부족했고 결국 소요 사태까지 일어났다. 네팔 당국이 버스를 충분히 배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키소르 카브르(25)는 “새벽부터 기다렸는데 오기로 한 버스 250대가 하나도 오지 않았다”며 “정부가 재난을 수습할 여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더딘 구호에 불만을 품은 주민 200여 명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 시위자는 “배가 고프고 마실 물도 없으며 잠도 잘 수 없다”면서 “우리 7살짜리 아이는 노숙하고 있고 날씨가 추워 사람들이 폐렴에 걸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시위대는 경찰과 작은 충돌을 빚었으나 체포된 이들은 없었다.
네팔 정부도 구조작업과 지진 희생자들에 대한 구호품 배분에 허점이 많다고 인정했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정된 능력에 비해 피해 수습을 위한 각종 요구는 넘치고 있다”며 “정부는 피해당한 국민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이들이 8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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