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궁한 이재준은 경제적인 이유로 룸메이트를 구하게 됐는데, 혼자 살 때의 편안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을 바라던 차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세계 배낭 여행 중인 활발하고 쾌활한 성격의 (한국인보다 더 치근덕대는) 타쿠야를 룸메이트로 들이게 됐다.
이재준은 그런 타쿠야가 귀찮으면서도 챙겨주고 싶고, 타쿠야는 집에서 청춘을 낭비하는 준재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해 그에게 더욱 살갑게 군다.
‘더러버’의 핵폭탄급 웃음은 타쿠야와 이재준이 담당한다. 특히 일본과 한국의 발음 차이로 의한 에피소드가 심심지 않게 등장하는데 압권은 바로 쟈지. 이준재가 타쿠야의 져지(운동경기용 셔츠)를 본 후 “이런 옷이 참 많네요?”라고 묻자, 타쿠야는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쟈지요? 저는 쟈지 좋아합니다” “재준씨도 쟈지 있어요?” “쟈지 큰게 좋아요” 등의 반언으로 이재준을 진땀 흘리게 했다.
친구도 형제도 아닌 두 사내가 함께 산다는 소문에 주변 이웃들의 이상한 눈초리를 받는 상황. 지난달 30일 방송에서는 특히 브로맨스가 한층 가속화됐는데, 서로의 감정에 혼란스러워 하는 두사람의 모습은 여성시청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가수로서 데뷔를 앞둔 타쿠야는 한국어로 연기하며 어려움을 토로한바 있는데, 그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대사를 알아듣는데 어려움이 전혀 없을뿐더러 동성 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세심하게 연기해나간다.
영화 ‘야간비행’으로 베를린 영화제의 부름을 받은 이재준의 연기는 무게 중심을 잡는다. 연출을 맡은 김태은 PD는 “‘더러버’에서 연기하게 될 준재 역은 혼자 살 때의 외로움을 갖고 있어야 하는데 이 역을 이재준이 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 캐스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동거를 소재로해 소소한 우리네 사랑이야기를 담은 ‘더러버’에서 가장 앞날이 불투명한 이 커플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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