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사냥' 배창호 감독, 투신…무엇이 천재의 길을 막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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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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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정' 스틸컷]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영화 ‘고래사냥’ 등을 연출한 배창호 1일 오전 5시 58분쯤 서울 대치동 한티역 분당선 왕십리 방면 승강장에서 철로로 추락했다.

경찰 측은 “CCTV 확인 결과 주변에 다른 사람이 없이 홀로 서 있다가 떨어지는 장면이 찍힌 만큼 스스로 투신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배창호 감독은 철로에 떨어진 뒤 전동차가 들어오자 선로 옆 안전지대로 몸을 피해 목숨을 건진 것으로 파악됐다.

영화 ‘적도의 꽃’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으로 1980년대 한국 영화의 보증수표로 통한 배창호 감독은 최근 시나리오 작업을 끝내고 다음 작업을 준비하면서 수개월 간 수면장애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추락사고 이후 배 감독 가족 측은 “배 감독이 다음 작품 준비를 하면서 수개월간 수면장애를 겪어 왔지만, 이 정도로 예민하고 힘든 상황인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천재의 비운은 과거에도 있었다. ‘겨울 나그네’ ‘걸어서 하늘까지’ ’두 여자의 집‘ ‘젊은 날의 초상’ ‘청춘’ 등을 잇달아 히트시키며 80~90년대를 수놓았던 곽지균 감독은 지난 2010년 “일이 없어 괴롭고 힘들다”는 유서를 남긴 채 자살했다. 그의 죽음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보름이나 걸려 그의 마지막에 대한 안타까움은 배가 됐다.

과거에 누렸던 영광이 오늘의 양식이 되지 않는다. 영화 관계자는 “기약 없는 아이템 발굴과 시나리오 작업은 영화감독이 겪는 일 중 가장 견딜만한 것이다. 투자사, 배급사를 찾기는 웬만한 중견 감독에게도 쉬운 일이 아닌 데다 히트작을 줄줄이 내놨어도 직전 작품이 흥행에 참패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 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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