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성준 기자 = 주한미군 군용차 운전병의 과실로 교통사고가 나 한국인이 다쳤더라도 우리 정부가 손해 배상을 해야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 등 한미간 협정·조약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70단독(이상원 판사)은 주한미군의 교통사고 피해자 A씨와 보험 계약을 한 보험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2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2011년 9월 경기도 수원에서 미군 군용 5t트럭을 운전하던 주한미군 R 상병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A씨의 자전거 앞바퀴 부분을 쳤다. 이 사고로 A씨는 트럭과 부딪히며 트럭의 앞바퀴 부분에 몸이 끼었지만 몸을 꺼내는 과정에서 미군의 실수가 발생, 심한 골정상을 입었다.
이 사고의 치료비와 합의금은 A씨의 아버지가 들어놓은 자동차보험계약에 따라 보험사가 부담했다. 보험사는 손해를 배상하라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구상금 소송을 냈다.
법원은 R 상병의 과실을 인정했다.
법원은 이 사건이 일어난 횡단보도에는 자전거횡단도가 설치돼 있음에도 자동차 운전자의 주의소홀로 1차 사고가 발생했다고 봤다. 또 사고 직후에서도 차량 제동장치의 조작 과실로 2차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 이 SOFA와 한·미 상호방위조약 등에 따라 '대한민국에 주둔하는 미국 군대의 구성원이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외의 제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해당하므로 대한민국이 피해자의 모든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자전거 운전자인 A씨도 1차 사고가 일어날 때 전방좌우를 잘 살펴 주의할 의무를 위반해 손해 발생에 기여한 과실이 있다는 점을 고려, 국가의 배상책임을 9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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