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이란 핵협상의 골자는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이란 경제난의 원인인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를 해제한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란과 서방은 지난 6월 30일 이후 네 차례나 최종 타결 시한을 연기시킬 정도로 팽팽한 이견 대립을 보여왔다.
◇ 사찰 문제 놓고 막판까지 기싸움...합의 이행 여부 지켜봐야
양측의 최대 쟁점은 2007년 유엔의 이란에 대한 무기 금수조치(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47호)와 2010년 탄도미사일 관련 제재(안보리 결의안 1929호) 해제 문제다. 특히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무기 금수조치 문제는 마지막까지 변수로 작용했다.
이란은 이 제재가 핵 문제와 무관하다며 반드시 해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하지만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측은 금수해제 시 이란이 주변 중동 국가에 무기를 자유롭게 팔 수 있으며, 이는 역내 안보균열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반박했다.
여기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 군사시설 사찰 여부, 이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분석,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 시기와 속도에서도 막판까지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최종 타결에 앞서 양측은 IAEA가 이란의 군사시설을 포함해 핵 활동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내용의 협상안 초안을 마련했다. 막판 쟁점으로 떠오른 이란에 대한 유엔의 무기 금수조치와 탄도미사일 제재는 합의가 발표된 직후 해제될 전망이다.
최종 타결로 큰 산을 넘긴했지만 핵 사찰과 대이란 경제제재 해제 등 일련의 조치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얼마만큼 제대로 이행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빗장 풀린 '경제대국' 이란...주변국 눈치싸움 예고
로이터통신은 이번 핵협상 타결에 따라 "4200억달러 규모인 이란 경제가 18개월 동안 10% 가까이 커질 것이고, 그 후로도 연간 2~5%씩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막혀있던 유럽연합(EU)와의 경제교류도 확대될 전망이다. 로이터는 지난해 83억달러 수준이었던 이란과 EU 간 교역량이 3년 내에 4배로 커질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제재가 해제될 경우, 이란에 대한 수출을 늘리고 대형 프로젝트를 차지하려는 주요국간 경쟁은 매우 치열해질게 분명하다. 이란의 경제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게 되면 이란에 대한 수출을 늘리고 이란 시장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따오기 위한 주변국의 눈치싸움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핵 협상에서 줄곧 이란을 지원해 온 러시아는 이란에 무기와 천연가스 등을 수출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란 인프라 건설과 자원 부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또 하나의 '전리품' 획득
미국 오바마 행정부 또한 핵협상 타결로 정치적·외교적 업적에 또 하나의 업적을 남기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헙상 합의는 북한과 함께 국제 비확산 체제에 도전해온 이란의 핵개발 드라이브를 제지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울러 이번 협상 타결이 장차 미-이란 양국 관계 정상화로까지 이어지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의 대(對) 중동정책 변화와 더불어 중동지역 내 미국의 발언권 강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에게는 미 의회의 타결안 승인이라는 '9부 능선'을 넘어야 하는 과제가 남겨져 있다. 다수 야당인 공화당은 물론이고 여당인 민주당에서도 이란 핵협상을 '나쁜 협상'이라고 부르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을 이끄는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전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자신들이 설정한 거의 모든 가이드라인으로부터 후퇴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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