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1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의 임시 주주총회는 개회 예정 시간인 9시를 훌쩍 넘겨 9시 33분에 시작됐다.
이번 합병 건이 국내외 이슈로 떠오르면서 예상보다 많은 소액주주들이 참석, 주주확인 등 각종 절차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참석률은 83.57%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달성했다.
이미 위임장을 제출한 소액주주들이 참관을 위해 주총에 참석하면서 위임장 중복이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회가 늦어져 “9시에 시작하기로 했으면 9시까지 참석한 주주들만을 대상으로 총회를 시작해야하는거 아니냐”는 일부 주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에 삼성측 법률 대리인 고창인 변호사가 나서 “법적으로 출석 주주가 확정돼야만 시작할 수 있다.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부탁드렸지만 “시작해 xx야”라는 고성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에 삼성물산 측은 결국 참석 주주의 수를 확정하지 못한 채 9시 33분에 개회를 시작했다.
제 1안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계약서 승인건 상정되자 주총장은 곧 한탄과 고성으로 가득 찼다.
소액 주주들의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이 쏟아지는가 하면,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을 향한 주주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합병에 찬성하는 한 주주는 “제일모직이 갖고 있는 바이오 사업 등을 통해 삼성 물산이 미래성장 동력을 갖춰야 한다”며 “합병에 실패해 삼성중공업이나 삼성엔지니어링처럼 삼성물산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은 분 계시냐”고 반문했다.
이에 반대 뜻을 가진 또 다른 주주는 “합병이 성사되면 주가가 오른다는 보장이 있냐”며 “언론보도가 다 주가가 오른다고 하는데, 삼성물산 지분을 7%나 가진 엘리엇이 삼성물산 주가를 떨어뜨리려고 합병에 반대하겠느냐”고 반박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찬성표를 던진다는 주주의 성토도 이어졌다. 이 주주는 “삼성물산 주주는 울고, 제일모직 주주는 웃는다. 창립자인 이병철 회장이 있었으면 이런일은 안 벌어졌을 것”이라며 “애국심으로 찬성표를 던지기는 하지만 경영진들은 반성해여 한다”고 말했다.
엘리엇측은 병중에 있는 이건희 회장의 의결권 행사의 적법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측은 ”이건희 회장은 2015년도 정기주총 등이 기존의 포괄 위임에 의해 대리행사가 되고 있다“며 ”본건도 포괄위임에 따라 의결권이 행사된다“고 답했다.
이날 예상보다 많은 소액 주주가 몰린 탓에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주주들의 자리가 부족해 삼성물산측이 부랴부랴 빈 회의장 하나를 추가로 마련하는가 하면, 투표방법 전달이 원활이 이뤄지지 않아 제 1안 투표 당시 주주들이 1안뿐만 아니라 2안, 3안까지 모두 한꺼번에 찬반을 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결과 발표가 1시간 이상 늦어졌다.
이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라는 큰 안건이 통과되자 현물배당 안건인 제 2안과, 주주총회에 현물배당 권한을 부여하는 안건인 제 3안에 대한 표결은 속전속결로 이뤄져 30여분 만에 총회는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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